8일 오전 검찰인사위 전격 개최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사진)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과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법무부가 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를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7일 오후 4시로 예정된 법무부 장관 취임에 따른 윤석열 검찰총장과 법무부 산하 기관장이 추미애 장관을 예방하는 면담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통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전에 만나 검찰 간부 인사 방향을 서로 협의하는 별도의 절차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됐다.
하지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추가 면담은 잡히지 않았고 8일 오전 11시 검찰인사위원회를 개최하는 일정이 전격 공개됐다. 또 법무부 핵심 간부가 대검 핵심 간부에 연락해 “검찰 간부 ‘인사안’을 들고 8일 오전에 대검에 가겠다”고 통보했다. 인사위가 열리는 당일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대검찰청에 전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법무부는 이에 앞서 인사안을 달라는 검찰의 요청에 “인사안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7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첫 상견례 자리에는 법무부에선 김오수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이, 대검찰청에선 강남일 차장이 배석했다. 35분간의 면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재임 중에 검찰 개혁을 사법 시스템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말했고, 추 장관도 이 같은 윤 총장의 개혁 의지를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상견례 직후 법무부와 대검은 “장관 취임에 따른 총장의 통상적 예방이었고, 새해 인사를 비롯해 덕담 및 환담이 있었다”며 면담 내용을 동시에 공개했다.
하지만 면담 직후 법무부는 인사위를 긴급 소집했다. 또 법무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검찰에 연락해 “검찰 고위 간부 인사안을 들고 8일 오전 대검으로 가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
이는 과거 검찰 간부 인사를 놓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수차례 협의하던 관례를 깨는 것이다. 검사장 1명의 인사가 바뀌면 연쇄적인 자리 이동이 불가피한 만큼 8일 오전 검찰이 인사안을 받더라도 이날 오후 인사가 단행된다면 실질적인 의견 제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청법에 보장된 검사 인사에 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최소한의 절차가 무너진 위법 인사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검찰인사위는 검찰 인사의 중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검찰 인사의 원칙을 정할 뿐 인사 대상자의 승진 여부와 보직을 구체적으로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인사위가 끝나고, 윤 총장에게 인사안이 전달된 직후인 8일 오후 추 장관이 인사를 전격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있다.
검찰 의견을 사실상 ‘패싱’한 채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면 검찰이 격랑 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를 벌였다는 이유만으로 검찰 고위 간부를 경질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도 주변에 인사가 불필요하지만 불가피하다면 최소한의 규모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집권 세력을 향한 수사를 하는 와중에 노골적인 수사팀 교체는 실익도 없고, 수사를 막을 수도 없다”고 했다.
특히 이번 인사안은 법무부에서조차 “청와대 1급 비서관들이 만들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청와대의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무마용 인사라는 비판이 일 수 있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검찰의 수사 지휘 라인을 교체하기 위해 관례를 깬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 / 과천=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