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치르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 ‘학생 유권자’의 수가 당초 추산보다 3배 가량 많은 14만 명 선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이 추산했던 5만 명보다 훨씬 많은 고3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게됨에 따라 부작용도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록 기준으로 4·15 총선에서 투표할 수 있는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 학생 수가 약 14만 명이라고 8일 밝혔다. 교육부는 “NEIS 데이터에는 대학생이 포함되지 않는 만큼 이는 사실상 고교생 유권자 수에 해당한다”면서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 학생 등을 감안하면 오차 수준이 2%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투표 가능한 학생 유권자 숫자가 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고교생 유권자 수가 5만~6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투표가 가능해진 만 18세(2002년 출생) 인구는 약 51만 명이다. 이 중 초등학교를 빨리 들어간 1, 2월생은 상당수 대학생이 됐다. 4월 총선 투표가 가능한 3월부터 4월 16일까지 출생자 수만 보면 전체 2002년 생의 10% 수준이 될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산 방식은 나이 많은 고교생 숫자를 간과한 것이었다. 신두철 교육부 민주시민교육과장은 “2000년, 2001년생 등 현재 만 18세보다 나이가 많은 고교생들도 모두 학생 유권자”라고 설명했다. 또 2002년 1, 2월 생 가운데도 학교에 빨리 입학하지 않아 올해 대학이 아닌 고교에 다니는 학생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국회가 학생 유권자 수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법 개정안에 딸린 비용추계서과 심사보고서는 만 18세 유권자 전체 숫자를 제시했지만, 이 중 학생의 숫자는 따로 추계하지 않았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정치 참여를 하게 되는 학생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선거법을 개정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신규 학생 유권자가 14만 명에 이르는 만큼 교실의 ‘정치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할 수 없는 장소 △현수막을 게재할 수 없는 장소 △연설 및 대담을 할 수 없는 장소 등을 따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는 모두 금지 대상이 아니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가 정치권의 ‘집중공략’ 대상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실 내 선거운동이 어디까지 허용될지도 논란이다. 한 고교 교사는 “특정 정당에 입당한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입당이나 투표 권유를 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정의당은 7일 만 18세 청소년 10여 명의 입당식을 열었다. 학생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를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하는 등 신고를 악용하는 것도 교육현장이 우려하는 선거권 하향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교총은 학교 내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정치권의 반응이 없다. 만약 개정하더라도 시한이 촉박해 4월 총선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4월 선거 전까지는 지침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