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아시아나에 선제 대응… 유럽-美중장거리 노선 확보 나서 업계, ‘뉴 아시아나’ 행보에 촉각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단을 꾸리고 새 경영진을 물색하는 등 인수 준비에 들어간 가운데,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새로운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사업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 영업 효율화에 우선 주력한 뒤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재무지표를 개선해야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신용등급이 올라가야 각종 조달 금리 인하로 이어져 운영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10대를 도입하려던 최신형 항공기 A350-1000 도입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아시아나의 미래 주력기로 낙점된 A350-900보다 좌석 수가 약 40석 많고 공간도 넓지만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하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항공기를 도입하기보다는 실속 있게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총 74대(화물기 제외)의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가 당장은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겠지만 5년 뒤인 2025년에는 100대 이상 항공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서 대한항공 임원들은 최근 ‘새로운 아시아나항공의 예상 운영 전략’에 대한 대응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공격적인 노선 확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범(汎)현대가(家)’의 항공 수요 확보를 위한 경쟁도 예상된다.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범현대가에서 올리는 매출은 약 400억 원 수준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범현대가의 절반이 대한항공을, 20%가량은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확장이 본격화하면 범현대가의 항공권 수요를 잡기 위한 경쟁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