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급 인사]법무장관-검찰총장 신경전
법무부가 고검장 및 검사장 32명에 대한 인사를 13일자로 단행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일부 층에 불이 꺼져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8일 오후 7시 30분경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직후 검찰 고위 간부 인사 32명에 대한 인사 내용을 공개했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방법과 절차 등을 놓고 전날부터 신경전을 벌였고, 끝내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의사 전달을 하지 않았지만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법무부는 통상적인 인사라고 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검찰 지휘부를 대폭 교체했다. 진행 중인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윤 총장의 의견이 사실상 무시된 것이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 30분 무렵 검찰 인사의 담당자인 진재선 검찰과장을 통해 인사안을 8일 오전 윤 총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대검에 통보했다. “인사안이 없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오후 9시경엔 이튿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당연직 인사위원인 강남일 대검 차장에게 뒤늦게 통보했다. 통상적으로 검찰인사위를 열기 몇 개월 전부터 인사안에 대한 실무적 협의를 거치는 것과 달리 검찰인사위가 열리기 직전에 인사안을 총장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은 인사에 대한 총장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며 대검은 불쾌해했다.
법무부는 8일 오전 인사안 전달을 하지 않았다. 인사안은 보안이 필요한 문서이고, 인사 대상자일 수도 있는 인물이 이를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대신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이날 오전 10시 반에 법무부에서 면담을 하자고 했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검찰인사위가 시작하기 30분 전에 면담을 하자고 한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인사 관련 의견 수렴이) 요식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법무부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면담이 불발되자 오후 4시까지 대검에 인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법무부는 대검이 인편으로 인사안을 제출하는 방안과 함께 제3의 장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면담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검은 “인사안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의견 제출을 거부하며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대검 관계자는 “지역에 발령 난 검사장이 피의자와 친분이 있는 경우 등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일선을 잘 아는 총장의 구체적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인사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4시까지 의견을 받지 못한 추 장관은 한 시간 뒤 청와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재가 받았다. 문 대통령은 김조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배석한 가운데 인사안을 재가하고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 및 신년 음악회’에 참석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