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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인사위 30분전 윤석열 면담’ 통보… 檢 “요식절차” 불응

입력 | 2020-01-09 03:00:00

[검찰 고위급 인사]법무장관-검찰총장 신경전




법무부가 고검장 및 검사장 32명에 대한 인사를 13일자로 단행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일부 층에 불이 꺼져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공석 내지 사직으로 발생한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승진 및 전보 인사다.”

8일 오후 7시 30분경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직후 검찰 고위 간부 인사 32명에 대한 인사 내용을 공개했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방법과 절차 등을 놓고 전날부터 신경전을 벌였고, 끝내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의사 전달을 하지 않았지만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법무부는 통상적인 인사라고 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검찰 지휘부를 대폭 교체했다. 진행 중인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인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윤 총장의 의견이 사실상 무시된 것이다.


○ 秋 “檢 인사안 달라” vs 尹 “법무부 안을 먼저 내라”

7일 오후 4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첫 상견례는 인사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비교적 평온하게 끝났다. 추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기류가 급변한 것은 그 직후였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6시경 대검찰청 측에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내일(8일) 오전까지 법무부로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대검에서 “법무부 안을 달라”고 하자 법무부는 “아직 인사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거절했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윤 총장은 추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법무부 검찰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며 법무부의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 30분 무렵 검찰 인사의 담당자인 진재선 검찰과장을 통해 인사안을 8일 오전 윤 총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대검에 통보했다. “인사안이 없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오후 9시경엔 이튿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당연직 인사위원인 강남일 대검 차장에게 뒤늦게 통보했다. 통상적으로 검찰인사위를 열기 몇 개월 전부터 인사안에 대한 실무적 협의를 거치는 것과 달리 검찰인사위가 열리기 직전에 인사안을 총장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은 인사에 대한 총장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며 대검은 불쾌해했다.


○ 秋, 윤 총장 장관실로 호출… 무산되자 최후통첩

법무부는 8일 오전 인사안 전달을 하지 않았다. 인사안은 보안이 필요한 문서이고, 인사 대상자일 수도 있는 인물이 이를 전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대신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이날 오전 10시 반에 법무부에서 면담을 하자고 했다. 오전 11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검찰인사위가 시작하기 30분 전에 면담을 하자고 한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인사 관련 의견 수렴이) 요식 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 법무부는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면담이 불발되자 오후 4시까지 대검에 인사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법무부는 대검이 인편으로 인사안을 제출하는 방안과 함께 제3의 장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면담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법률에 따른 의견청취 절차를 제3의 장소에서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인편 제출 없이)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듣도록 조치했다”며 대검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대검은 “인사안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의견 제출을 거부하며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대검 관계자는 “지역에 발령 난 검사장이 피의자와 친분이 있는 경우 등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일선을 잘 아는 총장의 구체적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인사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 4시까지 의견을 받지 못한 추 장관은 한 시간 뒤 청와대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재가 받았다. 문 대통령은 김조원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배석한 가운데 인사안을 재가하고 ‘문화예술인 신년 인사회 및 신년 음악회’에 참석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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