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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검찰국장 임용’ 절차위반 논란끝에 무산

입력 | 2020-01-09 03:00:00

[검찰 고위급 인사]법무부, 유혁 前지청장 임용 추진
檢인사위 2시간전에 면접 진행
평가절차 건너뛰어 인사위 부결




“외부 인사위원 전원이 절차 위반을 이유로 검사 임용을 부결했다.”

검찰인사위원회 관계자는 유혁 변호사(52·사법연수원 26기)를 신규 검사로 임용하는 안에 대해 외부위원 만장일치로 부결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법무부 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아닌 검사 임용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하지만 유 변호사는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임용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본보가 입수한 ‘2020년도 검사 임용 지원 안내’ 공문 등에 따르면 올해 채용된 경력 검사 임용자는 지난해 약 5개월에 걸쳐 정해진 절차를 통과했다. 서류 접수(7월 중)→실무기록 평가(9월 7일)→인성검사(9월 28일)→역량평가(10월 중) 등 4개의 평가를 거친 것이다. 평가를 통과한 이들만이 지난해 12월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유 변호사의 검사 임용 면접은 8일 오전 9시 법무부에서 별도로 진행됐다. 다른 경력 검사들이 통과한 절차와 달리 별도 진행된 것이다. 특히 유 변호사 임용 면접이 열린 건 같은 날 오전 11시 검찰인사위가 열리기 2시간 전이다. 이 때문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떠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은 유 변호사를 검사장급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기용하기 위해 법무부가 ‘끼워 맞추기’ 식으로 급하게 면접을 진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인사위는 그동안 법무부 장관이 마련한 인사안에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법무부 이성윤 검찰국장을 제외한 인사위원 전원이 임용 절차와 기존 인사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검찰을 떠난 퇴직자는 임용하지 말라는 기존 검찰인사위의 의결 사항과 배치되며, 유 변호사만 특혜를 받은 인사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이창재 검찰인사위원장과 대검찰청의 강남일 차장, 변호사, 교수 등이 모두 유 변호사의 임용을 반대했다.

법조계에선 “검찰 인사와 예산, 수사를 총괄하는 ‘핵심 중 핵심’ 보직인 검찰국장에 유 변호사를 앉히기 위해 정해진 검사 임용 절차를 무시한 것은 채용 비리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다른 검사 임용 지원자들과 달리 특혜를 줬기 때문에 “채용 비리로 수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 변호사는 1997년부터 검사로 일하다가 2005년 삼성전자 법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 창원지검 검사로 임용된 후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탈락하자 지난해 7월 창원지검 통영지청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유 변호사는 청와대 관계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유호근 전 행정안전부 공직선진화추진위원장(80)이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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