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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式 보복 감행한 이란 “美우방도 반격 가담하면 타깃”

입력 | 2020-01-09 03:00:00

[美-이란 충돌 격화]이란, 미군기지에 미사일 22발




우려했던 ‘중동의 화약고’가 결국 터졌다. “보복을 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엄포에도 8일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중동 지역을 둘러싼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 하메네이의 지시 뒤 즉각 대응

이란의 공격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강경 대응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하메네이는 7일 이란 국가안보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에 대한 ‘비례하고 직접적인 보복’을 지시했다.

중동 외교 소식통은 “하메네이의 지시는 무조건 이행해야만 하는 일종의 ‘스탠딩 오더’”라며 “이란군은 신속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반미 감정 고조도 이란이 즉각적으로 보복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공격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가 어젯밤 미국의 뺨을 때려줬다”며 중동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어 “미국인들은 거짓되고 기만적이다. 그들은 위대한 사령관(솔레이마니)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려 했다. 이 지역에서 부패한 미국인의 존재는 종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TV 연설에서 “우리는 물러서지 않는다. 미국이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응당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솔레이마니를 폭살한 시간과 같은 시간에 맞춰 보복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외신은 “꾸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공격”이라고 전했다.

공격 지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두 기지는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아인알아사드 기지에는 미군 1500여 명, 아르빌 기지에는 7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아인알아사드 기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방문했다는 상징성도 있다.

이란이 13개 보복 시나리오를 밝힌 만큼 향후 공격 규모도 주요 관심사다. 이란은 미국의 우방인 이스라엘 하이파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론하며 “미국의 공격에 가담하면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북한과 관련된 미사일 발사한 듯

이라크 군에 따르면 이란은 이날 아인알아사드 기지에 미사일 17발, 아르빌 기지에 5발을 발사했다. 아인알아사드에 떨어진 미사일 중 2발은 불발됐다. 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좀 더 가까운 아르빌에는 사거리가 짧은 파테-110을, 더 멀리 있는 아인알아사드에는 사거리가 긴 키암-1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미사일 모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다.

키암-1과 파테-110은 모두 북한과 관련이 깊다. 키암-1은 이란이 북한의 화성-6형 미사일을 수입해 국산화한 ‘샤하브-2’를 개량한 모델로 알려졌다. 이란이 2011년 실전 배치했으며 최대 사거리가 750km다. 파테-110은 최대 사거리가 300∼500km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키암-1에 비해 더 빠르게 준비해서 쏠 수 있다. 파테-110은 2012년경 북한에 수출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9년 미 의회조사국은 “북한과 이란이 탄도미사일에 대한 협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두 기지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이번에 미군이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했는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이란의 미사일은 1발도 격추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라크에 배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인알아사드 기지가 방어가 아닌 전진기지 개념이라 패트리엇이 배치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 정미경·최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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