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들 반대 목소리 우세 속 “전략적 모호성 유지” 주장도 보수야권 “한미동맹 고려 신중결정”… 정의당은 “파병 결코 해선 안될 일”
미국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하면서 파병 여부와 시점을 놓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파병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동시에 한미동맹을 무시하기 어려운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란은 우리랑 전쟁 의사가 없는 나라 아니냐”라며 “괜히 (파병 결정으로) 이란을 건드렸다가 전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도 “이란 한 나라만이 아니라 중동 여러 나라와 적대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우리가 앞장설 필요가 없다. 최대한 뒤로 미뤄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한미동맹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많다. 윤상현 외통위원장은 “호르무즈 파병은 찬반을 떠나서 우리 정부의 투트랙 협상 전략상 동맹에 대한 기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과 이란과의 준전시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은 “미국에 약속을 했으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현 정부 들어서서 눈치 보다가 할 것은 결국 다 내주면서 뺨 맞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이 불거질 경우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혼란이 재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동의안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2004년 2월 통과됐지만 ‘탄핵 역풍’이 파병 이슈를 덮어 총선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김선일 씨 피살사건이 벌어지면서 당시 열린우리당은 심한 내홍을 겪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