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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설근로자 1381명 이라크에… 현장경비 늘리고 외출 제한

입력 | 2020-01-09 03:00:00

[美-이란 충돌 격화]국내 기업들 비상대책반 가동




국내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재 건설 중인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전경. 8일(현지 시간)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습으로 건설사들은 현지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DB

8일(현지 시간)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를 보복 공습하면서 현지에 직원을 다수 파견한 건설사들은 현지와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속한 해외건설협회는 비상대책반 가동을 시작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는 14개 건설사 현장 35곳에서 근로자 1381명이 근무 중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중인 카르발라 정유공장 현장으로 현재 약 670명이 일하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공사 현장은 이번 공습이 있었던 곳과 약 300km 떨어져 있어 별다른 영향은 없다”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철수 계획까지 짜둔 상태로, 현장과 핫라인을 구축해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건설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현장에도 약 390명이 근무 중이다. 한화건설 측은 “현지 군인과 경찰 등이 현장 주변을 지키고 있고, 경비 태세도 더욱 강화했다”며 “외교부 지침대로 임직원의 이라크 입국을 중단했고 현장 직원의 외부 이동도 제한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경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복원되면서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도 대부분 공사계약을 해지했다. 공사 미수금 회수 등을 위해 이란 현지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림산업 측은 “이란 지사에 파견된 직원 1명이 최근 한국으로 귀국했으며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되면서 다시 현지로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교부와 함께 비상연락망을 구축해 상시 모니터링 중”이라고 전했다. 해외건설협회는 6일부터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가동 중이다. 협회 측은 “외출 자제, 현지 경비 강화 등을 안내하고 있고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 없이 공사도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오전 해운물류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호르무즈해협 인근 선박에 대해 기존 6시간 간격으로 위치를 확인하던 것을 1시간 간격으로 대폭 줄였다. 또 호르무즈해협과 페르시아만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안전상황을 하루 1회에서 2회 공유하기로 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8일 현재 해당 지역의 국내 국적선사 소유 선박은 총 15척으로 모두 정상 운항 중이다. 이 중에는 현대상선의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선박 10여 척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측은 만약을 대비해 우회 항로와 대체 선적항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정유·화학 업계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거나 중동 지역 다른 국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산유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보내는 원유는 전 세계 수요량의 30%에 이른다. 원유나 천연가스 등을 싣고 인도양으로 나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지역이다. 봉쇄가 현실화되면 중동 산유국에서 원유 수요량의 70%를 수입하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타격을 받는다.

유류 사용량이 많아 유가에 민감한 항공·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경우 지난해 호르무즈해협에서 일본 국적 선박이 공격을 당한 후 이 지역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료가 3배가량 오른 상태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히지 않더라도 물류 원가 상승과 물류 수요 감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터키 이스탄불 등 중동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이 영향을 받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 중에선 이란 영공을 지나는 노선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주요 환승 거점인 두바이와 이스탄불로 향하는 여객 수요까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유원모·지민구·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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