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IBT 방식 전환
K팝, 한국 드라마, 한국 여행 등 한국과 관련한 콘텐츠를 영어로 만들어 구독자가 15만 명에 이르는 영국인 유튜버 엠쌤은 최근 자신의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 결과를 확인하는 영상에서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중급에 해당하는 TOPIK 3급은 국내 대부분 주요 대학들이 유학생에게 요구하는 성적이다. 이 게시물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저마다 TOPIK 공부 경험과 급수를 자랑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평가하는 TOPIK 지원자 수는 지난해 83개국에서 37만 명을 넘었다.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TOPIK이 2022년부터 IBT(Internet Based Test)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응시생 증가의 가장 주요한 이유는 한류 열풍이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한류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고 실력을 검증해보기 위해 TOPIK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류로 한국어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을 넘어서서 한국에 유학을 오거나 관련 직업을 가지기 위해 TOPIK에 응시하는 외국인도 많다. 한국 대학·대학원에서 공부하거나 취업 비자를 획득하려면 일정 수준의 TOPIK 성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TOPIK의 인기는 특히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베트남은 연간 TOPIK이 치러지는 횟수가 5회로 해외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베트남에서는 한국어를 할 줄 알면 급여 수준이 2배로 올라가는 데다 박항서 축구 감독의 인기까지 더해져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와 네팔의 경우 한국에 취업하려는 수요가 많아서 TOPIK 접수일이면 새벽부터 접수처 앞에 장사진이 이어진다. 인터넷 접수가 원활하지 않은 탓에 지방에서 접수처까지 며칠을 이동해 오는 경우도 있다. 시험일에는 시험장 주변 숙소가 동날 정도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의 급증은 TOPIK 시험 방식의 진화로 이어지게 됐다.
국립국제교육원이 TOPIK을 IBT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한 이유는 현재의 PBT(Paper Based Test) 방식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외국인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PBT 방식을 유지하면 지원자가 늘수록 문제지 인쇄와 배송, 답안지 수거 등 전 과정에서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IBT 방식으로 전환하면 현재 연간 최대 6회인 시험 횟수를 12회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은행 시스템도 도입된다. 지금은 시험 때마다 출제위원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처럼 합숙을 하며 문제를 출제한다.
IBT 방식은 2022년 한국을 비롯해 응시 수요가 많고 IT 기반이 뒷받침되는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 우선 도입된다. 아프리카처럼 IT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까지 확대하는 데는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IBT 방식은 현재 실시 중인 △듣기 △읽기 △쓰기(TOPIK Ⅱ만 응시) 영역과 내년에 처음 도입되는 말하기 영역에 모두 적용된다. 국립국제교육원은 “IBT 방식과 문제은행 시스템 도입을 통해 TOPIK을 토플처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시험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