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당뇨-아토피 낫는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 넘쳐나 장기간 복용 땐 부작용 위험
“유튜브에 나온 대로 사람용 구충제(알벤다졸)를 일주일에 사흘 복용했더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도 전혀 피곤하지 않더라고요.”
최근 50대 여성 A 씨는 약사 김모 씨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한 약국을 찾아 “알벤다졸을 구입할 수 있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알벤다졸은 이미 지난주에 품절된 상황. A 씨처럼 기생충 제거가 아닌 ‘다른 용도’로 약을 찾는 환자가 최근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구충제가 항암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을 때보다 요즘 더 많은 환자들이 알벤다졸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 환자 사이에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며 품귀 현상을 일으킨 구충제가 최근에는 ‘만병통치약’으로 둔갑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알벤다졸을 섭취하고 비염, 당뇨, 아토피 등의 증세가 호전됐다거나 피로가 해소됐다는 등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 가격도 1, 2알에 1000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는 점도 구충제 열풍에 불을 지폈다.
임상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개인의 주장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자 보건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뇨 전문가인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췌장 기생충이 당뇨의 원인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뇨 환자는 췌장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알벤다졸이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도 “구충제가 다른 효능이나 효과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충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충제는 정해진 용법과 용량대로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적은 약이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두통이나 간 기능 장애, 혈액 이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7일 약국들에 공문을 보내 “확인되지 않은 효과를 기대하고 구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다량 판매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