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소장 허근 신부 과거 술 중독 재활치료 받고 회복, 故김옥균 주교 도움으로 센터 개설 “중독은 개인은 물론 가족까지 파괴”
김옥균 주교를 기리는 기념 공간 앞에 선 허근 신부. 그는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사목이 신앙은 물론이고 삶의 갈림길에 있던 나를 구했다”며 “같은 위기에 있는 분들을 돕는게 운명의 길”이라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서울 중구 중림로 가톨릭출판사 내에 있는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에서 만난 허근 신부(66·소장 겸 단중독 사목위원회 위원장)의 말이다.
1999년 그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옥균 주교(2010년 선종·善終)에게 알코올 중독자(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사목 활동을 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해 9월 센터가 문을 열었다. “주교님이 센터 창립과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2009년 12월 몸이 불편하던 주교님이 센터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분의 마지막 공식 행사였다”는 게 허 신부의 회고다.
허 신부는 “올해 3월 1일은 주교님이 선종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라 작은 기억의 선물을 준비했다”며 “주교님과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이 편지를 준비해 낭독할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말 창립 20주년 행사를 개최한 센터는 어려움 속에서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의존증 환자 2만1000여 명 치료, 9300여 명의 가족 치료, 상담 인원은 5만8000여 명에 이른다.
알코올뿐 아니라 도박 마약 게임(인터넷)으로 범위를 넓힌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1년 이상 금주(禁酒)에 성공하면 회복자로 분류하는데 성공률은 30% 정도라고 허 신부는 귀띔했다. 가톨릭 신자와 그렇지 않은 상담자의 비율은 반반 정도다.
허영엽(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허영민 신부(의정부교구 야당맑은성당 주임)와 3형제 신부로 잘 알려진 허 신부는 중독의 심각성을 이렇게 말했다.
허 신부는 “센터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등산으로 치면 센터 역할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산 입구까지 모셔다 드리는 거다. 산에 올라가는 것은 본인이고, 그때 함께해 주실 수 있는 분이 하느님”이라고 덧붙였다.
허 신부가 건넨 가톨릭 선교단체 회보에 실린 그의 시 ‘나의 회복을 위한 어머니의 기도’의 구절이 간절하다. ‘시간의 흐름마저 잊은 고요한 밤/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아들 위해/간절한 기도로 밤을 지새웁니다//…하늘보다 높은 어머니 사랑을 고이고이/가슴에 묻고 회복의 길을 걸어가렵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