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산초 대체한 고추장, 돼지고기와 만나 매콤 칼칼 찌개 맛자랑

입력 | 2020-01-09 03:00:00


아따맵소의 고추장김치찌개.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발효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 발효 가공품의 대표로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강한 매운맛의 붉은색 고추장은 다른 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양념장이다. 몇 년 전 음식을 연구하는 외국 학자가 고추장 제조 과정을 보고 싶다고 해 농가에 가서 함께 만든 적이 있었다. 물에 불려 거른 엿기름물에 찹쌀가루를 넣고 은근한 불에서 저어주다 보면 엿기름의 당화(糖化)효소 작용으로 잘 삭게 된다. 그 뒤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섞고 소금을 넣어 마무리한다. 그 다음은 발효의 몫이다.

고추장이 보편화된 것은 150년 전 무렵으로 추정된다. 고추가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고추장도 당연히 우리 음식문화 속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옛날 음식에는 매운맛이 없었을까. 또는 고추장 같은 페이스트 양념은 없었을까. 궁중음식을 연구하는 김상보 교수는 고추가 유입되기 전에는 청국장 형태에 산초가루를 넣은 장을 매운 양념장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산초를 이긴 고추는 곡물이 귀하고 어렵던 시절 보리고추장, 밀고추장으로 주로 쓰였고 지금은 단맛과 부드러운 찹쌀고추장에 기본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제 고추장이 들어간 찌개는 향수를 자극하는 국물요리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고추장찌개는 가정에서 돼지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고 애호박 양파 감자 두부 등과 함께 칼칼하게 끓여낸다. 국물의 텁텁함을 줄이기 위해 고추장 양은 줄이고 그 대신 고춧가루 비중을 높여 시원함과 매운맛을 높이는 것이 요즘 추세다. 어쨌든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과 양파 호박에 고추장이 들어가 합(合)을 이루는 것이 국물 맛의 기본이다. 산초 시대의 조상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최고의 밸런스가 아닐 수 없다.

‘아따맵소’는 이름값을 하듯 맵지만 깊이가 남다른 매운 국물이 일품이다. 초라한 외관에 비해 내부는 넓고 생돼지고추장찌개에 매료된 단골들이 돼지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빨간 찌개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골목집’은 묵은지찜 전문이라 찜과 찌개에 일가견이 있다.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식당의 긴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이가본가’는 어릴 적 어머니가 돼지고기 애호박을 넣고 끓여주던 애호박찌개가 계기가 돼 메뉴를 개발한 맛집이다. 전남 목포나 인근 섬 출신 토박이들이 냉면탕기에 가득 나오는 이집 찌개 맛을 잊지 못해 찾곤 한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아따맵소=서울 서초구 서초대로40길 88. 생돼지고추장찌개 9000원(1인)

○ 골목집=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 53-1. 고추장찌개 2만 원(2인)

○ 이가본가=전남 목포시 해안로 165번길 19. 생돼지애호박찌개 9000원(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