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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공포 속, 가격 치솟는 원유…전기차 시대 앞당길까

입력 | 2020-01-09 06:45:00


© News1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기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해 유가 불안이 상시화되면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전기차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그간 자동차산업은 유가 등락에 따라 트렌드가 크게 변화 돼 왔다. 전기차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2010년 전후로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4.7%까지 급등하며 배럴당 65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지난 3일 7개월 만에 최고치인 63.05달러로 마감한 WTI 가격은 이날 이란이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다시 폭등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쟁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고유가 상태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WTI가격 기준 유가가 70달러 이상을 기록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700원대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 © News1

이 같은 고유가 흐름이 지속하면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의 수요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차주들이 자동차를 한번 사면 최소 5년은 사용하기 때문에 단기 유가 상승으로 산업의 변화를 전망할 순 없다”면서도 “고유가가 1년 이상 장기화한다면 전기차 보급에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국내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유가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대두하고, 전기차에 관한 관심도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시장 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은 2020년 850만대로 전년 추정치 대비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9%의 성장을 지속, 2025년에는 2200만대, 2030년에는 3700만대의 전기차가 판매되면서 2030년께 전체 자동차 시장의 30%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SNE리서치는 내다봤다.

특히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이산화탄소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폭스바겐 등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기차 대세론에 고유가가 불을 붙일 수 있단 얘기다.

유가는 그간 자동차산업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란 핵시설 건설 시작에 따른 중동 위기 고조 등에 힘입어 국제유가는 2008년 배럴당 14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세단의 판매가 줄고 경차, 소형차 판매량이 늘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본격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지난 2011년 현대기아차는 쏘나타, K5 등 주력차종에서 하이브리드모델을 내놓기 시작한다. 당시 한해 동안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3만8482대로 2010년 1만9167대보다 두 배가량 늘기도 했다. GM이 배터리업체 LG화학과 손잡고 만든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가 나온 것도 2009년이다.

이후 미국산 셰일가스의 대규모 생산으로 약 10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전기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가격 문제도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4년 배터리팩 가격이 1kwh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배터리팩 가격인 156달러보다 36%가량 하락한 수준으로, 2010년(1100달러)과 비교하면 10분의1에도 못 미친다.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를 밑돌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유지 비용이 같아지는 ‘가격 패리티’에 도달할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