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디즈니 제국에 ‘포스’가 함께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콘텐츠 제국 디즈니가 거둔 성과는 역대급이다. 2019년 개봉한 영화들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디즈니 작품이 상위 10위 안에 7편이나 포함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라이온킹’, ‘겨울왕국2’ ‘캡틴 마블’ 등 이들 영화 7편이 거둔 수익을 더하면 93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말 북미 등 주요 지역에서 개봉하자마자 단숨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9위에 오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국내에서 이달 8일 개봉한 점을 고려하면 디즈니의 지난해 작품 수익은 지금도 계속 커지는 중이다.
디즈니에게 지난해는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수년 간 꾸준히 벌여온 인수합병(M&A)이 꽃을 피운 해였다. 글로벌 흥행작의 면면을 보면 △루카스필름(스타워즈: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픽사(토이스토리4) △마블(어벤져스·캡틴 마블) △클래식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안배돼 있다.
지난해 폭스와의 인수를 마무리하며 올해 ‘더 뮤턴트’,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폭스 영화들이 디즈니의 우산 아래 본격적으로 출격을 준비 중이고 ‘뮬란’ 등 실사 영화가 개봉예정이지만 지난해 수준의 ‘대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극장을 벗어나 디즈니의 전체 사업을 보면 올해가 한 세기에 이르는 디즈니 역사에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은 케이블을 해지하며 OTT서비스로 넘어가는 ‘코드 컷팅(code-cutting)’을, 넷플릭스는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 부으며 거장 감독들과 손잡고 작품성 뛰어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후발주자인 애플TV플러스도 드라마 ‘더 모닝쇼’로 올해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도처에서 ‘콘텐츠 제국’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선보인 ‘디즈니 플러스’가 올해 디즈니 디지털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조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의 표현처럼 ‘아이거가 디즈니의 CEO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한편 디지털 리더로서 자신의 유산을 굳건히 하는 계기’인 셈이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말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본 콘텐츠 업계의 예상치를 비웃듯 11월 한 달 만에 가입자 2400만 명을 가볍게 넘겼다. 회당 제작비 160억 원 규모의 ‘스타워즈’ 시리즈의 스핀오프 ‘만달로리안’이 북미 관객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올해는 마블의 시리즈 ‘완다 앤 비전’과 ‘팔콘 앤 윈터솔져’,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핀오프인 ‘몬스터스 앳 워크’가 예정돼 있다.
출범 두 달 째인 디즈니플러스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유료 OTT서비스들이 ‘더 재미있게, 더 편리하게’를 위한 경쟁에 몰두하는 현실에서 디즈니플러스는 알파벳순으로 나열한 직관적이지 못한 정렬방식과 ‘만달로리안’을 제외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지니고 있다. 미국 매체 씨넷은 이를 지적하며 질문을 던졌다. “‘만달로리안’ 시청자들에게 이를 대체할 오리지널 콘텐츠는 ‘스타워즈’ 뿐인데, (북미에서) 스타워즈를 안 본 사람이 있나?”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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