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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끌 ‘과학 꿈나무’ 남극 땅 처음 밟는다

입력 | 2020-01-10 03:00:00

부산 고교생 ‘남극탐험대’ 발대식
4명 선발에 550명 몰려 경쟁 치열
5일간 세종기지서 연구활동 체험
오거돈 부산시장 동행 방문 예정



부산 고교생 4명으로 꾸려진 남극탐험대가 8일 부산시청 접견실에서 발대식을 열고 있다. 이번 탐험에는 오거돈 부산시장(앞줄 가운데)도 동행한다. 극지해양미래포럼 제공


“기후 변화로 지구가 병들고 있고, 특히 남극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들었어요. 그 모습을 실제 보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김민서 양(부산외국어고 2년)의 꿈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기 위해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험생에겐 1분 1초가 아까운 겨울방학이지만 흔치 않은 기회라 과감하게 지원을 결심했다.

김 양을 비롯해 부산지역 고교생 4명이 남극 탐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학자를 꿈꾸는 김민성 군(부산과학고 1년)은 “지금 남극에선 기후, 해양지질, 동식물 등과 관련된 중요한 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산질병관리사를 꿈꾸는 박주성 군(부산고 1년)은 해양 생물의 보고(寶庫)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극지 관련 다큐멘터리에 푹 빠져 있다는 조민근 군(광명고 1년)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주저 없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6일 사단법인 극지해양미래포럼이 마련한 ‘극지 상식 골든벨’ 대회와 심층 면접을 거쳐 최종 선발됐다. 부산 중고교생으로 지원자를 한정했는데도 무려 550명이 몰려 열띤 경쟁을 펼쳤다. 탐험대는 이들 4명과 인솔교사, 극지해양미래포럼 관계자 등 8명으로 꾸려졌다.

탐험대 공식 명칭은 ‘Again 1985 남극체험탐험대’다. 탐험단장을 맡은 이동화 극지해양미래포럼 이사는 “1985년에 한국남극관측탐험대가 국내 최초 탐험대로 남극 땅을 밟았을 때 대원 대다수가 부산 출신이었다. 이번 탐험대는 그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도 당시 탐험대원이었다. 그는 “많은 청소년이 극지 연구에 관심을 갖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을 매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교생 남극탐험대는 국내 처음이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과학자 등 연구소 관계자를 제외하고 그간 남극을 방문한 일반인은 주로 과학 교사나 대학생, 예술가 등이었다. 청소년으로 꾸려진 탐험대가 북극 과학다산기지를 찾은 적은 있지만 남극은 처음이다.

탐험대는 8일 오후 부산시청 시장 접견실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이번 남극 방문에 오거돈 시장 등 부산시 관계자들도 동행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부산은 국내 해양수도이자 극지 관문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그만큼 극지 산업은 부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분야인 만큼 이번 청소년 남극 탐험을 시작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28일 칠레 마가야네스주 푼타아레나스를 찾아 극지 공동연구, 청소년 교류, 부산 기업의 극지 사업 참여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어 30일 세종과학기지를 찾아 탐험대를 격려한다.

탐험대는 26일 부산을 출발해 28일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한다. 칠레 극지연구소와 연구시설 등을 견학한 뒤 30일 남극 땅을 밟을 예정이다. 5일간 세종과학기지에서 현지 연구자들과 함께 숙식하며 남극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연구 활동을 체험한다. 또 남극에 들어선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남극 기지도 방문할 계획이다. 모든 비용은 극지해양미래포럼이 민간단체 후원 등을 받아 부담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