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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모르는 겨울, 인파 부르는 그린

입력 | 2020-01-10 03:00:00

기온 높고 폭설 없어 골프장 대호황




과거 국내 일부 골프장에서는 골퍼들의 한겨울 골프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스노 골프’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 강원 산간 지역의 몇몇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눈 쌓인 골프장을 찾기 어렵다. 한결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국내 골프장들은 몰려드는 골퍼들로 성황을 맞고있다. 동아일보DB

주말 골퍼들에게 겨울은 준비의 시간이었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실내 연습장 등에서 샷을 가다듬곤 했다. 필드가 그리운 골퍼들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지방의 골프장을 찾거나 동남아 등으로 골프 투어를 떠났다.

골프장들도 겨울은 준비하는 계절이었다. 한동안 골프장 문을 닫고 새 시즌을 대비해 코스를 리모델링하거나 조경 공사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거 얘기다. 유난히 따뜻하고 눈도 없는 이번 겨울 국내 골프장에 휴식이란 없다. 주말이면 골퍼들의 발걸음이 필드로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 “역대 겨울 최고 호황”

골프가 취미인 회사원 이동윤 씨(48)는 지난해 12월에만 두 번 필드에 나갔다. 당초 올해 1월에는 휴가를 내고 남부 지역 골프장을 찾으려 했지만 그냥 수도권에서 주말에 골프를 치기로 했다. 초봄 같은 날씨가 많아진 요즘에는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골프를 즐길 만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 골프 부킹사이트 엑스골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골프장 예약은 전년도에 비해 29.5%나 늘었다. 특히 수도권(35.9%)과 충청권(38.0%)의 예약률이 급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평균 기온은 영상 1.4도였다. 2018년(영하 0.6도)이나 2017년(영하 1.9도)에 비해 훨씬 높다. 낮 최고기온이 영상 10도를 넘어선 날도 나흘(10, 15, 16, 17일)이나 된다.

더구나 올겨울에는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 강원 산간 지역에 위치한 몇몇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눈 때문에 영업을 하지 못한 경우가 거의 없다. 경기 여주에 위치한 솔모로CC의 박철세 영업부장은 “올겨울 들어 눈이나 추위로 문을 닫은 날은 딱 이틀밖에 없었다. 주중에도 적지 않은 골퍼가 찾고, 주말에는 거의 풀 부킹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예년에는 추위 못지않게 폭설이 영업의 장애물이었다. 큰 눈이 오고 나면 3, 4일은 골프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눈 대신 비가 내린다. 이종관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은 “얼마 전 협회 회의 때 100여 곳의 회원사가 함께 모였는데 이구동성으로 ‘역대 겨울 통틀어 최대 호황’이라는 말이 오갔다”고 말했다.

○ 일본 대신 제주도로

한일 관계 경색 여파로 일본을 찾던 골퍼들이 줄어든 것도 이번 겨울의 특징 중 하나다. 일본을 대신해 제주도를 찾은 골퍼가 크게 늘었다.

정효선 엑스골프 팀장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제주 지역 예약률이 전년도에 비해 10% 이상 늘었다. 올해 1월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제주 골프장을 예약하는 골퍼가 많아졌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따뜻한 편이었던 제주 역시 올겨울에는 기온이 예년보다 더 높아졌다. 12월 제주의 평균 기온은 영상 9.7도로 10도에 가까웠다.

더구나 올해 1월부터 내년 말까지 2년간 제주에 위치한 회원제 골프장들은 개별소비세(2만1200원) 75% 감면 혜택을 받는다. 해당 골프장들이 이를 통해 그린피를 인하하면 제주를 찾는 골퍼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