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창에 검찰 로고가 표시돼 있다. 2019.10.7/뉴스1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은 청와대와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를 담당한 검찰 고위직에 대한 좌천 인사가 단행된 다음 날인 어제 평소처럼 출근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도 그대로 이어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날 윤 총장의 의견도 듣지 않고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에 대해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도 윤 총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추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으며, 추 장관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못마땅해하는 수사의 총지휘자는 윤 총장이다. 임기가 있는 자리라도 잘못이 있으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있다. 수사에 잘못이 있다는 판단에 자신이 있었다면 먼저 수사를 총지휘한 윤 총장에게 책임을 물었어야 한다. 여론을 의식해 정작 수사의 총지휘자는 어찌 해보지 못하면서 그의 뜻에 따라 수사를 지휘한 아랫사람만 쳐내니 당당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는 것이다.
윤 총장이 부당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응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청와대와 집권당이 내심 바라는 것이 그의 사표 제출일 것이다. 윤 총장이 검찰 고위직 인사에 항변하는 방법은 사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수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윤 총장도 수사 의지를 보이고 실무급의 차장 부장 평검사도 수사 의지를 보인다면 중간에 끼어들어 온 검사장들이 어떻게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을 바꿔도 대다수 검사는 같은 의지로 권력의 불법·비리와 싸우는 기개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