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한 만큼 똑같이 돌려주는 게 이슬람의 형벌원칙이다. 이란이 미국과의 무력 충돌에서 이슬람식 ‘비례적 대응’을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란은 군 실세 솔레이마니가 사살되자 ‘피의 보복’을 예고하더니 실제로 8일 이라크 내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공격 시간까지 솔레이마니 사망 시각인 오전 1시 20분에 맞췄다.
▷그런데 보복 공격이 ‘비례적 대응’이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이란은 공격 1시간 전에 이라크에 군사 계획을 미리 알려줬다. 미국 쪽으로 정보가 넘어갈 걸 알면서 그랬다. 미사일 22발을 퍼부었지만 미국 측 사상자가 없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엄청난 후과를 우려해 복수의 수위 조절을 한 것이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이란은 오래된 문명을 가진 나라로 아마추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개는 1979년 친미 왕조를 몰아내고 지금의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세운 호메이니 때문에 과격한 근본주의 이슬람 국가라는 인상을 갖는다. 북한과의 군사 밀거래도 이미지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하지만 과거 페르시아는 유대인을 정복한 후 종교와 자치를 허용할 정도로 유연했다.
▷특히 외교정책은 매우 현실주의적이다. 2015년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과의 핵합의도,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지지도 이런 현실주의적 접근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포린어페어스지는 이란이 국가 안보에 관해서는 한 몸처럼 움직이며, 의사결정은 냉철한 계산을 토대로 일관성과 안정성을 유지한다고 평가했다. 세계 군사력 1위의 미국, 더구나 트럼프라는 예측 불가능한 상대에게 맞서 ‘비례적 대응’을 호언장담한 이란의 ‘반격 퍼포먼스’는 명분과 자존심, 현실을 다층적으로 배합할 수밖에 없었던 고민의 산물인 것 같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