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아니다” 보석 석방, 성추행-좌천의혹 폭로 2년만에 “인사권자는 상당한 재량 가져… 통영지청 배치, 위법 볼수 없어” 徐검사 “도저히 납득 어렵다”… 1, 2심과 달리 직권남용 엄격 해석 양승태 재판 등에 영향 줄듯
○ “인사는 인사권자 권한”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항소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안 전 검사장이 2015년 하반기 인사에서 수원지검 여주지청 소속이던 서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배치하도록 인사담당 검사에게 지시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안 전 검사장의 행위는 직권남용죄가 처벌하도록 한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경력검사가 부치지청(部置支廳·부장검사가 기관장을 맡는 소규모 지청)에 근무한 경우 다음 인사 때 희망 근무지를 반영해주는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절대적 기준이 아닌 배려 사항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 제도가 언급된 2005년 7월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사항을 보면 ‘부치지청 경력검사 인사 희망 우선 배려’, ‘부치지청 경력검사는 교체가 원칙이되 인사 희망이나 향후 인사 운영구도 등에 따라 일부 유임도 고려’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여러 인사 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 중 하나로, 지켜야 할 절대적 기준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 ‘인사권 행사’에 대한 직권남용죄 엄격 해석
대법원의 판단은 안 전 검사장이 직권을 남용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본 원심과 반대의 결론이다. 앞서 1, 2심은 안 전 검사장이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를 실질적으로 위반했고, 인사담당 검사에게 의무가 아닌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인사 개입에 따른 직권남용죄에 대해 대법원이 엄격한 해석을 내린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사건 등 인사권 행사에 대한 직권남용죄를 폭넓게 인정해왔지만 이번엔 달랐다는 것이다. 대법원에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판사들을 희망하지 않은 근무지로 발령 낸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과의 만찬에서 현금 봉투를 돌렸다는 이유로 면직당한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별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무효소송을 내 1, 2심에서 이겼고 3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자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권남용죄의 ‘직권’에 ‘재량’을 넓히고 ‘남용’을 매우 협소하게 판단했는데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며 “피해자에 대한 유례 없는 인사발령을 한 인사보복이 ‘재량’이라니”라고 썼다. 또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는 희망을…”이라고 적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