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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항명’ 논란 부채질하는 靑·여당의 조직적 檢압박

입력 | 2020-01-11 00:00:00


친문 실세를 수사한 검찰 고위직들의 무더기 좌천 인사를 놓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여권 수뇌부가 “항명(抗命)”이라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무총리가 추 장관에게 윤 총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데 이어 여당 대표도 어제 “검찰의 항명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고 거들었다. 청와대도 윤 총장 비판에 가세했다. 1·8 검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야당이 추 장관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윤 총장 ‘항명’으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여권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상대로 인사 의견을 듣기 위해 장관실로 오라고 여러 차례 촉구했는데도 윤 총장이 응하지 않았다며 항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관의 호출을 거부한 윤 총장의 행동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검사 징계 사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장관과 총장 간 인사 협의는 법무부에서 사전에 인사안을 총장에게 건네주면 이를 검토한 후 장관에게 의견을 개진해 온 게 전례이며, 그런 전례에 따라 법무부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법무부가 끝내 보내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추 장관이 인사안도 주지 않은 채 인사위원회 시작 30분 전에 총장을 오라고 한 것은 형식만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해서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은 병무청이 국방부의 ‘외청’이듯이 검찰청도 법무부의 외청일 뿐이라며 윤 총장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검찰의 이중적 지위를 왜곡한 것이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면서도 준사법기관이며 그런 특수성 때문에 장관과 총장 간 인사 협의도 의무화한 것이다.

이번 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 같은 고위직은 대부분 교체됐다. 여권은 “고검장 등 승진 인사를 위한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하지만 현 정권 실세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인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런 비판이 억울하다면 인사파문을 최소화하고 검찰이 수사를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여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항명’ 이슈를 부채질해 윤 총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분란을 키우고 있다.

게다가 1·8 인사 이후에도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추 장관은 앞으로 특별수사팀 설치 시 허락을 받으라고 지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검찰 주변에선 윤 총장에 대한 감찰과 징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절차상 문제를 걸어 친문 실세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좌초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검찰 수사가 더 이상 흔들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