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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미드로 만든다

입력 | 2020-01-11 03:00:00

HBO와 리메이크 최종합의 단계
봉준호 감독, 공동 제작자로 참여 “영화서 못다한 얘기 풀어낼 것”




미국 방송사 HBO가 TV 드라마로 리메이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드라마 리메이크 제안이 적잖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CJ ENM 제공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년)이 미국 TV 드라마로 리메이크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미국 방송사 HBO와 ‘기생충’을 드라마로 만드는 기획에 대한 최종 합의 단계에 이르렀다. HBO에 판권만 넘기는 게 아니라 봉 감독과 CJ ENM이 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두 회사는 다음 달 9일 아카데미상 시상식 이후 ‘기생충 드라마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HBO는 ‘왕좌의 게임’(2011∼2019년), ‘체르노빌’(2019년)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시리즈를 다수 제작한 미국 방송사다. 봉 감독과 함께 드라마 제작을 맡은 애덤 매케이 감독(52)은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인 ‘빅쇼트’(2015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바이스’(2018년) 등을 연출한 인물이다. CJ ENM은 책임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연출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매케이 감독은 ‘기생충’이 미국에서 개봉하기 전인 지난해 8월 1일 영화를 먼저 찾아본 뒤 트위터에 “유쾌하고, 불온하며, 기념비적인 영화다. 자본 숭배 세태를 주제로 지금껏 만들어진 어떤 영화보다 훌륭한 영화적 발언을 목격했다”는 글을 올려 극찬했다. 드라마 리메이크에 대한 여러 제안을 놓고 고민하던 봉 감독과 CJ ENM이 매케이 감독의 트윗을 확인한 뒤 그를 만나 드라마 제작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기생충’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봉 감독은 “TV 드라마로 ‘기생충’을 다시 만들어 보자는 문의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고 있다. 여러 캐릭터에 대해 영화 속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칸 현지에서도 영국 이탈리아 홍콩 등 여러 나라 방송사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금 처한 현실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 리메이크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넷플릭스도 ‘기생충’의 TV 드라마 리메이크에 의욕을 보였지만, HBO가 목표했던 바를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봉 감독의 전작인 ‘설국열차’(2013년) 역시 미국 방송사 TBS가 ‘스노피어서(Snowpiercer)’라는 제목의 드라마로 만들어 올봄에 방송할 예정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