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출신 과학자 ‘연구성과 빼돌리기’ 학계 긴장
세계적 신경과학자 푸무밍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장(오른쪽)이 2016년 중국 톈진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영장류를 이용한 유전학 실험을 주도하며 다른 나라와는 차별화된 연구를 하고 있는 그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2017년 중국으로 돌아갔다. 세계경제포럼(WEF) 제공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 전역 70여 개 대학과 연구소에서 이와 비슷한 지식재산 유출 사건 180여 건이 발생해 미연방수사국(FBI)이 수사 중이다. 연구 시료 유출 외에도 대외비인 연구계획서나 데이터 등을 허가 없이 공개한 것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 연구기관에 동시에 적을 두고 활동하며 연구 성과를 고국으로 빼돌리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나노과학자 타오펑 미국 캔자스대 교수는 중국 대학과 미국 양쪽에 적을 두고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해오다 기소됐다. 타오 교수는 단순한 행정 실수라고 항변했지만, 미 행정당국은 자국의 세금을 이용해 얻은 연구 성과가 중국 출신 연구자에 의해 그대로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중국이 이처럼 과학기술 인재의 보고로 거듭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유학생의 귀국이 꼽히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는 6만 명이 유학을 나갔고, 4만8000명이 귀국했다. 출국 유학생 수 대비 귀국 유학생 비중이 79%다. 2010년만 해도 47%였던 데 비하면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세계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유학생이 대거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캐럴라인 와그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팀이 지난해 12월 31일 ‘과학 및 공공정책’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미국에서만 4500명의 과학기술자가 중국으로 돌아갔다. 201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과학기술 인력의 본토 회귀는 첨단과학과 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젊은 과학기술자를 유치하려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집요한 노력 때문이다. 캐나다 오타와대에서 올해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김우재 하얼빈공대 생명과학연구센터 교수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은 2008년부터 해외에 재직 중인 중국 출신 과학기술인을 불러 모으는 ‘해외고급인재유치계획(일명 천인·千人 계획)’을 실시했다”며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으로 돌아가려는 과학자들이 적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 못지않은 금전적 보상과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뀐 게 주효했다. 중국은 자국 내 고급 인재 양성과 학문의 국제화를 지향하는 ‘국가고급인재 특수지원계획(일명 만인·萬人 계획)’을 2012년 추가로 추진하며 보란 듯이 세계 최정상의 중국 출신 학자들을 영입하고 있다.
신경과학계의 세계적 석학인 푸무밍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2017년 중국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시민권자인 푸 교수는 1999년부터 두 국가를 오가며 협력연구를 했지만, 2017년 아예 미국 시민권을 반납하고 중국에 돌아왔다. 중국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2017년 네이처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부총장도 오스트리아에서 2008년 중국으로 돌아간 인물이다.
미국은 중요한 과학연구 시설이나 연구 결과물에 중국 정부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연구자나 기업의 접근을 아예 막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 원자력 등 대형 연구 분야 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2월 미국의 지원을 받은 중국 과학자가 천인계획으로 대거 영입되면서 미국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판단하고 보안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표해 미국 정보통신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에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화웨이 등 기업이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 공학 분야 최대 학술단체인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역시 화웨이의 전문가를 논문심사위원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가 중국 과학계의 강한 비판을 받고 번복하기도 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