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마거릿 애트우드 지음·김선형 옮김/600쪽·1만5000원·황금가지
길리어드는 가부장제를 극단까지 몰고 간 사회다. 미혼여성은 함부로 외출해선 안 되고, 욕망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 받는다.
삶의 목적은 오로지 결혼. 10대 때 지위 높은 중년 남성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 만약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시녀’라 불리는 타락한 계급의 여성을 집에 들여 출산을 대신하게 한다.
길리어드라는 기이한 세계의 풍습과 그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가 책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들 인물의 정체가 궁금해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몰입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도 남아 있는 길리어드의 흔적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갈리아의 딸들’이 남녀를 바꿔 가부장제의 모순을 폭로한다면 애트우드는 그 제도를 극단으로 몰고 가 민낯을 까발린다.
세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선택된 자’처럼 고난과 역경을 비교적 쉽게 헤쳐 나가는 결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시녀 이야기’ 독자를 위한 선물로는 오래 기다린 값을 다한다. ‘시녀 이야기’를 TV 시리즈로 만들어 주목받았던 ‘핸드메이즈 테일’과의 연결성도 세심하게 고려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