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과 세계관의 전환Ⅰ/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김찬현 박철은 옮김/468쪽·2만3000원·동아시아
밤하늘을 무수히 채운 별들. 15세기 후반 새로운 수학적 천문학을 꿈꾸던 중부 유럽의 학자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예측하던 고대의 우주관에 대해 서서히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왜 유럽에서 근대과학이 탄생했는지를 10년 넘게 파헤친 그는 2005년(국내 출간 기준) ‘과학의 탄생: 자력과 중력의 발견, 그 위대한 힘의 역사’를 펴냈다. 물체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의 발견이 과학을 만들어냈음을 풀어냈다.
2010년에는 16세기가 유럽의 르네상스와 17세기 과학혁명이라는 두 창조적인 시대의 골짜기는 아니었다는 ‘16세기 문화혁명’을 내놨다. 직인 상인 뱃사람 군인 등이 폐쇄적이던 현장 지식을 라틴어가 아닌 지역의 말(속어)로 기록하고 인쇄 출판해 지식세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켜 과학혁명을 예비했다는 도발적인 해석이었다.
별의 위치, 시각, 경도와 위도 등을 관측하는 기기인 아스트롤라베. 1462년 요하네스 레기오 몬타누스가 만들었다. 동아시아 제공
저자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실용과 현장을 소환해 논지를 꿰뚫는다.
포이어바흐 등은 수학에 정통하면서 스스로 관측 장치를 제작, 개량, 실행한 기능자였다. 포이어바흐는 “저희는 오로지 실천을 통해 한층 더 현명해진다”고 했다. 당시 대학의 학자들도 수학을 이용해 천체운동을 예측했지만 ‘노동의 장을 서재에서 작업장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역산(曆算)과 점성술 같은 일상생활 전반의 실용적 쓰임새를 위해 예측과 관측 결과가 일치하는지 질문하며 프톨레마이오스의 저술과 이론이 올바른지 검증했다. 당시 인문주의자들처럼 고대인의 지식에 함몰되지 않고 ‘거인의 어깨’ 위에서 그것을 뛰어넘을 길을 모색했다. 천문 관측의 양은 방대해졌고 질은 정밀해졌다. 레기오몬타누스 사후 그를 돕던 베른하르트 발터는 1475년부터 죽기 직전까지 약 30년간 천체 관측을 빼놓지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을 수학적으로 소개한 초반 약 50쪽은 일반 독자가 소화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 수식(數式)의 계곡을 지나면 Ⅱ, Ⅲ권이 기다려질 것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