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무대 데뷔, 일정 장소 출몰로 신상정보와 동선 포착 더 쉬워지고 리퍼보다 빠른 프레데터C 무인기, 1만1000문 대공포 피해 참수작전 가능
이라크 총리실이 공개한 사진으로, 1월 3일 새벽 이라크 바그다드국제공항에서 가셈 솔레이마니가 탔던 차량이 미군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바그다드=AP/뉴시스]
이어 1월 8일 새벽 이란은 바그다드 북동쪽에 있는 미군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 등 2곳에 수십 발의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오전(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군사적 후속 조치보다 경제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확전을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면전을 야기할 수도 있는 결정을 왜 했을까.
솔레이마니를 제거한 두 가지 이유
트럼프 행정부는 제거 작전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솔레이마니가 지난 십수 년 동안 미국인을 수백 명 살해했으며, 미국 국민 살해 위협이 임박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군사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탄핵정국을 돌파하면서 재선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게 숨겨진 목적은 아닌가 추정한다.
미국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사용했다. 미군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리퍼를 첫 배치한 이래 최근까지 지도부 50명을 포함해 5000명 넘는 무장저항세력을 드론으로 제거해왔다. 소말리아와 이라크에서도 미군은 이슬람 무장단체 대원 제거에 리퍼를 투입해 성과를 올렸다. 알카에다와 탈레반 조직을 드론 공격으로 와해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번에 사용된 리퍼는 1.7t의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초기 무인기인 프레데터의 2배에 이른다. 최대 항속거리 역시 1852km로 프레데터의 2배다. 리퍼에는 헬파이어 미사일 4발을 포함해 230kg 무게의 GBU-12 페이브 웨이II 레이저 유도폭탄 2발과 GBU-38 합동직격탄을 장착할 수 있다. 최첨단 관측·표적확보장치(MSTS)를 장착해 민간인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링스(Lynx) II SAR 레이더와 전자광학 센서 시스템을 탑재해 주간뿐 아니라 야간 및 악천후에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미 본토에서 조종해 미군 피해 없이 타깃을 핀셋처럼 집어내 적군을 공격하는 드론이 전쟁 공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MQ-9 리퍼가 프로펠러기인 데다, 스텔스 기능도 없어 프레데터C(Avenger·어벤저)를 개발했다. 어벤저는 리퍼보다 50% 더 빠르고, 더 높이 날며, 스텔스 기능도 있어 적의 레이더망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
솔레이마니를 제거하려면 무엇보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정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솔레이마니와 관련된 정보는 위성과 드론 등을 통한 영상정보, 전자통신 감청정보 등 첨단 정찰자산에 의한 것이 주축을 이룬다. 그러나 결정적 정보는 휴민트(Humint)에 의한 정보에 기초해야 한다. 이번 제거 작전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이스라엘 모사드(Mossad) 등 정보기관이 이란과 이라크에 심어놓은 고정 간첩들로부터 입수한 솔레이마니의 동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한 결과라고 한다.
프레데터C(어벤저) 스텔스 무인기
프레데터C(어벤저) 스텔스 무인기(왼쪽). 미국은 군사위성 정보와 글로벌호크 같은 무인정찰기 등 다양한 정찰자산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 사진은 고고도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 [동아DB]
다음으로, 김정은이 주로 거주하는 평양의 대공미사일과 대공포 배치는 수적으로 대단하다. 북한 전역에 1만1000문의 대공포가 있다. 이러한 대공포는 최대 요격 고도가 낮아 한미연합 공군전력에 별 위협이 되지 않지만, 무인기는 저고도로 비행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기 때문에 격추당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이 군산공항에 배치한 MQ-1C 그레이이글이나 MQ-9 리퍼 같은 비(非)스텔스 무인공격기로 김정은 참수를 시도할 경우 격추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미국은 어벤저 스텔스 무인기를 개발, 운용하고 있다. 비행고도가 높고, 제트엔진을 사용해 속도도 2배 이상 빠르다. 더구나 김정은은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근무하고, 매년 반드시 나타나는 정해진 장소도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달리 북·미 대화 등 국제무대 데뷔를 통해 신상정보도 미국에 노출된 상태다. 미국 입장에서는 표적 식별이 그만큼 더 쉬워졌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어벤저 무인공격기를 투입한다면 김정은 참수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정봉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보관리실장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2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