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격히 감소하며 대책 이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17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는 등 일부 가격 안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 급감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신고시스템에 등록된 실거래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계약일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올해 1월 12일까지(27일간) 실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는 총 131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책 전 한 달간(지난해 11월 20일~12월 17일) 실거래 신고 건수(6982건)에 비해 81%나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감소세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더 급격히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5190건에서 1192건으로 77% 감소했지만 9억 원 초과 15억 원 이하 아파트는 1244건에서 116건으로 91% 감소했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548건에서 43건으로 감소(92%)했다. 이에 따라 9억 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은 대책 이후 전체 거래량의 11.8%로 이전 25.7%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7주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114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1월 첫째 주(10일 기준) 전주 대비 0.03% 감소했다. 12·16대책 직전 12월 둘째 주 0.34% 상승했던 것이 셋째 주 0.31%, 넷째 주 0.29%로 상승 폭이 꾸준히 줄어들다가 감소한 것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경우 가격을 낮춘 급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37억 원대에도 거래가 됐지만 최근 35억 원까지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와 있다.
부동산114 측은 “일반적으로 투자 수요가 많이 유입되는 재건축 시장이 일반 아파트에 선행해서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집값 상승 폭도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급격한 거래량 감소가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나 수도권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전 최고가를 경신한 거래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12월 25일 164㎡ 아파트가 43억8000만 원에 거래돼 직전 실거래 가격인 11월 43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 강동구 강일리버파크7단지 84㎡는 지난해 12월 8억 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7억3200만 원)를 넘어섰고,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도화현대아파트는 지난해 12월 25일 84㎡가 9억 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7억7000만 원)를 경신했다.
일부 ‘현금 부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강남권 아파트를 매수하고, 실수요자를 포함한 그 외 수요는 수도권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유입되며 ‘풍선 효과’를 일으키는 모양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전체의 거래량이 급감했다는 것은 정상적인 실수요자까지 거래에 나서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이 더 급격히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iamsam@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