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총통의 탈원전 등 이념을 앞세운 정책, 중국의 여행 제한 및 수입금지 보복 등으로 대만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져 ‘저혈압 경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초반 총통 지지율은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역대 총통 선거 사상 최다 득표에 20%포인트에 가까운 큰 차이로 당선된 것은 ‘홍콩의 눈물’이 빚어낸 ‘공감 홍콩, 반감 중국’의 정서가 일등공신이다. 지난해 홍콩 시위에서 중국이 말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민낯을 본 대만 민심이 친중파 야당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대만의 ‘반(反)중국’ 정서는 중국이 자초했다. 2008년 선거 당시 중국과 교류를 원했던 유권자들은 친중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동남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몰려왔다. 그러나 양안 간 3통(通·통상 통항 통우·서신왕래)이 실현되는 등 밀월기 8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중국 경제에 예속되고 빈부 격차가 커졌다. 2016년 총통 선거 직전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마 총통과 만나 국민당 후보를 간접 지원했지만 차이 총통 당선을 막지 못했다. 1996년 첫 총통 선거 때는 독립을 주장한 리덩후이(李登輝) 후보를 압박하기 위해 가오슝 앞바다에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역효과만 났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