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 왕손(36)과 메건 마클 왕손빈(39) 부부의 왕실 독립 선언을 풍자한 미국 뉴욕포스트 1면. 사진 출처 뉴욕포스트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I really tried to adopt this British sensibility of a stiff upper lip.”
해리 왕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손빈이 지난해 11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이 말 한마디로 영국인들의 미움을 왕창 받게 되는데요. ‘Stiff upper lip’은 직역으로 ‘뻣뻣한 윗입술’입니다. ‘입술을 꽉 문다’는 뜻이지요. 영국의 국민성을 말해주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에 부딪쳐도 입술을 꽉 물고 불굴의 정신으로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메건 왕손빈은 “영국 특유의 감성인 불굴의 정신으로 왕실 생활을 이겨내려 했다. 그러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이런 반응이 나옵니다. “감히 네가 영국의 국민성을 들먹거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됩니다. 그럴 때 이렇게 말하죠. ‘You can’t have you cake and eat it too’입니다. 한국 버전으로 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 해리 왕손 부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입니다. 왕실의 특권은 버리지 않으면서 왕실의 간섭이나 의무로부터는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은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겁니다. 그냥 욕심도 아니라 욕심의 명작(masterclass) 수준.
△Harry and Meghan show us what happens when you have ‘an heir and a spare.’
영국 왕위 계승자는 형 윌리엄 왕세손입니다. 서열 6위인 해리 왕손은 사실 가능성이 없습니다. 계승 라인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spare(여분)’라고 부릅니다. ‘An heir and a spare(계승자와 여분)’는 왕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워싱턴포스트 기사 제목입니다. 여분의 삶을 살아야 하는 해리 왕손이 자기 인생을 건설적으로 찾아가겠다는 것은 욕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