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조원들이 시위하는 모습. 뉴시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새해 벽두부터 한국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파업’이다. 기아차 노조는 13∼17일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국내 1위인 현대차만큼 처우를 올려 달라는 게 파업의 이유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부터 부분파업 지명파업 등 게릴라성 변칙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5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끊겼고 후속 모델인 XM3 물량을 본사로부터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사측은 파업에 반대하는 80%의 출근자들과 공장 일부라도 돌리겠다며 10일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사 갈등에 멍드는 사이 한국의 자동차 산업 경쟁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40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한때 세계 자동차 생산량 순위 5위였지만, 지금은 인도와 멕시코에 밀려 7위다. 생산량 감소는 국내 공장 가동률 하락을 의미한다. 판매량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는 현대차를 제외하고 전년보다 모두 줄었다. 해외 판매는 모든 업체가 감소했다.
파업은 법에 보장된 권리임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업과 직장이 없으면 노동할 권리도 사라진다. 파업은 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술이지만, 생산 차질 및 기업 신뢰도 추락 등의 비용을 수반한다. 한국 자동차 노조는 기업 생존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파업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례행사처럼 한다. 12년 전 스웨덴 토르슬란다 공장을 떠나던 근로자들은 파업할 용기가 없어서 해고라는 고통을 감수했을까. 새해부터 벌어진 자동차 업계의 파업 투쟁이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