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세렝게티 초원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하기에 은폐물 엄폐물이 없다. 출산을 위해서는 포식자들의 눈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이 필요한데 그럴 만한 곳이 없으니 다 같이 모여 한꺼번에 새끼를 낳는 것이다.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초원의 순풍 산부인과’가 2주 정도만 문을 여는 이유다.
이 동안 정말이지 다시 보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우선, 이 짧은 시간에 무려 50만∼60만 마리의 새끼가 태어난다. 웬만한 도시 하나 정도의 ‘인구’가 2주 만에 생겨나는 것이다. 더 인상적인 건 세상에 나온 지 30분 정도 만에 일어서고 두어 시간 만에 겅중겅중 달리는 새끼들이다. 우리 아기들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녀석들은 별일 아닌 듯 해낸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래야 언제 어디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수많은 생명체들의 삶을 봐 오면서 느끼는 게 있다. 살아있으려는 힘이야말로 그 어떤 힘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생명의 기적, 생태계의 풍요로움이 다 여기서 생겨난다.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세렝게티 초원처럼 숨을 곳이 없는 평평한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초원에서는 주저앉는 순간 위기가 찾아온다. 그러니 일어나 걸어야 한다. 살아있다는 건 지금 나를 누르는 이 상황을 떨치고 일어나 걷는 것이다. 삶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