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예정인 책 통해 “사제 독신주의 유지해야” 주장 숨어 살겠다던 서약 깨고 후임자에게 ‘훈수’ 둬 논란
은퇴한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 교회의 오랜 전통인 사제 독신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3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베네딕토 전 교황은 저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직, 독신주의, 가톨릭교회의 위기’를 통해 “주님을 섬기려면 사제의 모든 재능을 바쳐야 한다. 남편,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사제로서의 소명을 동시에 수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사제 독신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가 부족한 남미 아마존 지역에 한정해 기혼 남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는 것을 고려 중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베네딕토 전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로버트 사라 추기경과 공동 집필한 저서를 곧 출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퇴임한 베네딕토 전 교황은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낼 것”을 약속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했다. 은퇴 이후 공개 발언을 자제해온 그가 현 교황에게 ‘훈수’를 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베네딕토 전 교황은 지난해 4월 사제들의 성추행 스캔들이 프랑스의 대규모 사회운동인 ‘68혁명’과 세속주의 탓이라는 글을 기고한 것 외에는 서약을 대체로 지켜왔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