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활약한 연기자 윤시윤. 데뷔 11년차에 접어든 그는 “앞으로도 제작자와 연출자가 내게 도전을 바란다면, 마다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제공|모아엔터테인먼트
■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마친 11년차 연기자 윤시윤
‘하이킥’ ‘김탁구’ 화려한 데뷔
9년간 방황 통해 겸손함 배워
“스스로에게 엄해진 계기 됐죠”
9년간 방황 통해 겸손함 배워
“스스로에게 엄해진 계기 됐죠”
연기자 윤시윤(34)의 데뷔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시트콤 명작으로 꼽히는 MBC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2009년 연기무대에 나선 뒤 이듬해 KBS 2TV ‘제빵왕 김탁구’로 ‘신의 시청률’로 불리는 50%(닐슨코리아)를 찍었다.
연기자로서 쉽게 얻기 힘든 “영광이자 축복”이었다. 하지만 잇단 ‘대성공’으로 윤시윤은 이후 9년을 “검증의 시간”으로 보내야만 했다. 13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그래도 덕분에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갖추게 됐다”고 돌이켰다.
“당시 나는 너무 부족했다. 눈물이 안 나와 촬영을 반복했고, 선배 연기자들이 내 손을 붙잡고 감정을 몰아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민폐만 끼쳤는데, 내게 양심이 있다면 ‘내가 잘했다’는 생각은 못 할 거다.(웃음) 만약 이후 ‘제2의 김탁구’ 같은 작품을 했다면 정말 그렇게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다행히도 심하게 못 하거나 잘 되지도 않은 채 지금껏 흘러왔다. 그게 절박함과 겸손함을 알려줬다.”
배우 윤시윤. 사진제공|모아엔터테인먼트
벌써 11년차이지만 아직도 “나를 주인공으로 써준다는 게 벅차고 황송할 뿐”이라는 그에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철저한 자기객관화”라고 강조했다. “나만큼은 스스로에 엄해야 한다”는 말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도 했다.
“사람들이 박수칠 때 가장 냉정해지고, 누군가가 기죽을 때에는 최선을 다해 칭찬한다. 연예인은 쏟아지는 ‘박수’에 빠져 그릇된 자존감을 가질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자기객관화가 잘 될 때 건강한 자존감이 생긴다고 믿기에 최대한 냉정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겸손함은 곧 ‘도전’의 기회를 여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단막극(2017년 MBC ‘생동성 연애’), 드라마(2017년 KBS 2TV ‘최고의 한방’), 1인2역(2018년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을 거쳐 9일 종영한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까지 그는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 윤시윤. 사진제공|모아엔터테인먼트
“개인적으로 ‘대중예술인’은 부름을 받은 자리로 정의된다고 생각한다. 제작자와 연출자가 내게 ‘도전’을 바란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거대한 자본과 인력을 쏟아 부어야만 완성되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를 떠올려준 것 자체가 감사하다. 그래서 주어지는 대로 소화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연기자로서 확고한 신념을 지켜가는 일은 고될 법도 하다. 윤시윤은 “그래서 개인의 삶에 집중해 연기자와 자연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힘쓴다”고 설명했다. 시청률 성적 같은 “결과물로 노력을 평가받는 운명”인 연기자가 때때로 느끼는 공허함을 채우는 비결이기도 하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