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감원 35개사중 20곳이 흑자 제약사 등 중년-고령사원 내보내고 AI-빅데이터 4차산업 인재 채용 연공서열 없애고 능력위주 연봉
감원을 단행한 35개 회사 중 약 57%인 20개 기업이 흑자 상태였다. 잘나갈 때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해 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중년 및 고령 사원 중심으로 조기 및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젊은 사원이나 디지털에 능한 인재를 확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흑자 속 구조조정’은 최근 몇 년간 새롭게 부상한 트렌드로도 꼽힌다. 정년 보장 문화가 있었던 일본에서는 과거 중요 경제위기 때만 대규모 감원이 이뤄졌다. 세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진 직후인 2002년에는 약 4만 명이 조기 및 희망퇴직을 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에도 약 2만 명이 퇴직했다. 이후 내내 퇴직자 수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다 2017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과 달리 흑자 상태에서 퇴직을 실시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이들 기업이 우수한 실적에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제약업체의 경우 전통적인 인맥 위주의 영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회사 아지노모토는 이달부터 50세 이상 관리직 직원의 약 10%인 100명을 희망퇴직 시키기로 하고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이미 9개 기업이 희망 및 조기퇴직 실시 의사를 밝혔다. 예상 감원 인원만 1900여 명에 달한다. 이 9개 기업 중 7곳 역시 지난해 전체로 흑자가 예상되는 회사들이다.
일본 간판 전자기업들도 연공서열 위주의 채용 및 보상 체계를 속속 폐지하고 있다. 후지쓰는 지난해 2850명을 감원했지만 디지털 인재에게는 직급이나 서열에 관계없이 연봉을 최대 4000만 엔(약 4억2120만 원)까지 주는 체계를 만들었다. NEC 역시 신입사원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연봉을 최고 1000만 엔(약 1억530만 원)을 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일본의 조기퇴직과 희망퇴직은 모두 정년 전 퇴직을 뜻한다. 다만 조기퇴직은 기업의 인력 구성을 바꾸기 위해 상시적으로 실시될 때가 많고, 희망퇴직은 실적 악화 등으로 인력을 줄여야 할 때 3개월 등 특정 시간을 정해놓고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