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후폭풍]이성윤, 취임식서 ‘검찰개혁 동참’ 주문 수사팀, 특검 염두 증거확보 총력 ‘압수수색 재집행’ 靑과 협의했지만 13일 밤까지 대답없어 또다시 지연 결재권자인 이성윤 판단 변수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왼쪽 사진)이 13일 첫 출근길에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가운데 사진)은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부 2곳과 공공수사부 1곳을 포함한 직접 수사 부서 13곳을 축소하는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개를 숙인 채 대검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전영한 scoopjyh@donga.com·최혁중 기자
반면 서울중앙지검의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의 2018년 6·13지방선거 개입 의혹의 ‘키맨’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다시 불렀다. 지난해 12월 31일 송 부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첫 조사이자 검찰이 10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무산된 지 사흘 만이다.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이 지검장의 취임식 직전 송 부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0월 송철호 울산시장의 선거캠프 전신인 ‘공업탑 기획위원회’ 멤버로서 장환석 당시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공약을 논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청와대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를 제보한 송 부시장은 14일 직권 면직 형식으로 공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명예 회복을 위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한다고 한다.
검찰은 당초 장 전 행정관이 근무했던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에서 공약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해 송 부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청와대 측 거부로 빈손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을 위해 청와대 측에 승낙 또는 거부 의사를 명시한 서면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이를 검토하겠다며 협의에 응했다. 하지만 밤까지 답이 오지 않아 압수수색은 또다시 미뤄졌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려면 형사소송법 110조 내지 111조에 따라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한다는 사유를 들어 대통령비서실장 등 명의로 공식 처분을 내려야 한다. 이 경우 검찰은 영장집행 불승인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 등을 통해 다툴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하명수사와 선거 개입 의혹 당사자인 경찰청, 울산시 관계자 등 주요 인물들이 검찰 출석 요구에 무더기로 불응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수사팀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쩍 출석 요구에 불응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는 경향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검찰은 문자와 등기 송달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지검장이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 청구 및 신병 처리의 최종 결재권자라는 점도 변수다. 다음 수사팀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수사를 진척시키려는 현 수사팀과 절제된 검찰권을 강조한 이 지검장 사이에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후 공공수사2부를 비롯한 서울중앙지검 각 부서 사무실을 순시하며 전 직원과 인사를 나눴다. 14일부터 서울중앙지검의 부서별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 지검장은 윤석열 총장과의 주례 회동을 이번 주 후반 또는 다음 주쯤에나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총장은 “흔들림 없는 수사”를 강조했는데, 이 지검장은 취임 첫날부터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방점을 찍었다. 2012년 서울동부지검에서 일어난 실무수습 검사의 여성 피의자 성추문 사건 당시 부장검사였던 이 지검장의 직속상관이었던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페이스북에 “사람에 충성하기보다 검찰이 거쳐 온 역사와 미래를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이 지검장에게 당부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 / 울산=정재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