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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주목하라, 파격의 지휘자 쿠렌치스

입력 | 2020-01-14 03:00:00

[2020 문화계 천기누설]<2> 클래식계 트렌드와 유망주




4월에 처음 내한하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개성 넘치는 해석과 행보를 선보이며 ‘지휘대 위의 악동’으로 불리고 있다. 사진 출처 테오도르쿠렌치스닷컴

“답은 정해져 있다, 그 답은 쿠렌치스!”

천기(天氣)는 이미 인계(人界)가 공유하고 있었다. 클래식 평론가와 업계 전문가 15명(익명 요구 2명 포함) 중 11명이 2020년 한국 클래식계에서 가장 오르내릴 화제로 4월 7, 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자신의 악단 무지카 에테르나와 함께 첫 내한 연주를 펼치는 그리스 출신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48)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지배할 클래식계 트렌드로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 ‘작은’ 미디어의 영향력 심화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꼽았다.

○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를 외면할 수 없다

파격적일 만큼 새로운 해석과 독특한 행보를 선보여 온 쿠렌치스는 세계에서 극찬과 폄하의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는 “주류가 돼버린 클래식계의 이단아”라고 그의 의미를 소개했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진짜인지 사이비인지 가리기 위해서라도 관심을 모아야 할 ‘신흥 교주’”라고 전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는 “쿠렌치스의 등장으로 빈사 상태였던 클래식 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쿠렌치스 돌풍의 다양한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나희 음악칼럼니스트는 “쿠렌치스와 함께 핀란드의 클라우스 마켈라(24) 등 새로운 카리스마로 무장한 지휘자 세대의 약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올해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와 발렌티나 리시차, 유자 왕, 쿠렌치스와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시아 코파친스카야 등이 모두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개성적인 해석을 선보여 왔다. 국내 클래식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 연주와 학술적 재조명이 잇따른다. 화가 아우구스트 폰 클뢰버가 스케치한 1818년의 베토벤. 동아일보DB

전문가 중 세 사람은 올해 처음으로 내한하는 보스턴 교향악단과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의 무대를 가장 큰 흥분과 감흥을 몰고 올 이벤트로 예상했다.

올해 주목 받을 한국인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추천이 엇갈렸다. 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는 올해 금호아트홀 연세 상주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협연하는 등 본격적인 국내 활동에 나서는 점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는 앙코르체임버뮤직페스티벌을 다음 달 통영에서 선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의 활동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류태형 평론가는 ‘정교하게 조탁한 소리를 내는’ 피아니스트 이혁을 주목할 기대주로 보았다. 이상민 워너뮤직코리아 이사는 2001년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2위 우승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대기만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취향 저격 ‘내로캐스트’가 대세

전문가 중 8명은 ‘2020년은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 애호가의 다양한 취향에 맞춘 내로캐스트(Narrowcast·소수의 수용자에게 깊게 다가가는 미디어)가 영향력을 크게 넓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승림 칼럼니스트는 “음대생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 ‘또모’, 음대를 갓 졸업한 피아니스트들의 ‘뮤라벨’ 등 젊은 미디어의 큰 세력 확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탄생 250주년을 맞은 베토벤의 열풍도 전문가 다섯 명이 주목했다. 양 음악칼럼니스트는 “과잉공급 상태인 시장에서 베토벤은 ‘클래식의 펭수’가 될 수 있을까. 흥행보다 의미에 방점을 둔 베토벤 관련 기획들이 얼마나 호응을 얻을 것인지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많이 연주되는 것을 넘어 베토벤이 가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무대와 연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황장원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은 “국내 주요 교향악단이 대거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오스모 벤스케 신임 음악감독을 맞아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고, 지난해 요엘 레비 전임 음악감독을 떠나보낸 KBS교향악단은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하기 위한 과도기를 보낸다는 이유다.

2020년 트렌드로 ‘여성 지휘자의 약진’을 꼽기도 했다. 박동용 경기필 기획실장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김은선, 트론헤임 심포니를 이끌고 지난해 내한한 장한나를 필두로 여성 지휘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영 위원은 “12월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사계’ 무대를 선보일 에마뉘엘 아임은 드물게 보는 ‘고음악계 여자 지휘자’로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 응답자 명단(13명·가나다순)

김나희 노승림 노태헌 류태형 양창섭 허명현(이상 음악칼럼니스트), 박동용 경기필하모닉 기획실장, 유혁준 클라라하우스 대표,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이상민 워너클래식 마케팅 이사, 이인섭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부사장,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황장원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