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까talk]향 피우며 힐링하는 사람들
절에서나 제사를 지낼 때 접했던 향(인센스)을 일상에서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향꽂이 같은 관련 제품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사진은 미국 기업 시나몬프로젝트의 향꽂이. 시나몬프로젝트 인스타그램 캡처
10일 오후 7시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한 중년 남성이 인센스(incense·향·香) 향기에 걸음을 멈추더니 지갑을 열었다. 인센스 제품을 파는 노점상에서 피워둔 향이었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도 향에 이끌려 구경하거나 두세 개씩 사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1년 전부터 향을 팔고 있다는 노점상 주인은 “최근 인센스 제품을 찾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절에서나 제사를 지낼 때나 맡던 향을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에서 요가와 명상할 때 향을 태우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도 요가와 명상 인구가 늘면서 향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향을 피워놓은 의류 편집매장이나 술집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향의 매력은 천연재료를 태울 때 나는 연기와 냄새에 있다. 직장인 안형민 씨(25)는 “최근 찾은 술집에서 피운 인센스를 경험하고 좋아하게 돼 집에서도 쓰고 있다”며 “퇴근 후 집에서 인센스를 20∼30분 피워 놓으면 심신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인센스월드가 도자기 공방과 협업해 만든 나룻배와 사공 모양 향꽂이. 인센스월드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서는 8∼12세기 헤이안(平安) 시대 귀족들이 향을 즐기기 시작해 17∼19세기 에도(江戶) 시대부터 도(道)로 발달했다.
현재도 300∼500년 된 향 제조업체들이 각지에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오프라인 전문매장이 하나둘씩 생기는 추세다. 경기 이천시에서 향 생산공장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손성현 인센스월드 대표(33)는 “20, 30대가 많이 찾으면서 지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국내에 공급한 물량이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증가하는 선호도를 반영해 오프라인 매장에 손님들이 천연재료를 반죽해 자신만의 향을 만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