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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기계약직, 정규직 대우해야”

입력 | 2020-01-14 03:00:00

“사측 동일한 취업규칙 적용… 임금-상여금 등 차별해선 안돼”
전환 사업장 늘어 줄소송 예상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도 정규직과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해 호봉이나 수당을 동일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의 처우를 똑같이 해야 한다고 판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슷한 이유로 사업주와 갈등을 겪고 있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 등 7명이 대전문화방송(MBC)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상여금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과 차별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입사 경로가 정규직과 다르므로 임금이나 상여금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건 위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기간제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같은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취지를 감안할 때 해당 조항이 무기계약직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된다고 봤다. 특히 해당 사업장에 무기계약직에 대한 별도의 취업규칙이 없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정한 근로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고 기본급, 상여금, 근속수당, 자가운전보조금이 지급되고 정기적인 호봉 승급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산업계와 노동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 및 은행권은 텔러, 캐셔 등 일반 정규직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수 직종을 무기계약직으로 두는 등 10여 년 전부터 법무 리스크에 대비해왔기 때문에 해당 판례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2017년 이후 협력사 직원 등을 무기계약직으로 급격히 전환한 공공기관이나 직무 및 취업규칙 구분을 뚜렷이 해놓지 않은 중소기업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같은 부서에서 ‘동종유사업무’를 하는 경우에 한해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하라는 취지”라며 “일반적으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한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현장의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혜미 1am@donga.com·이호재·김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