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검찰 수사 등으로)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본 조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공수처법과 검찰 개혁 조정법안의 통과에 이르기까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했던 기여는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조 전 장관이 뇌물수수 등 11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데 대해서는 “그분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을 통해 밝혀질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조 전 장관 임명으로 인해서 국민 간 많은 갈등과 분열이 생겨났고, 그 갈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참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까지 다 통과됐으니 조 전 장관은 좀 놓아주고, 그분을 지지하는 분이든 반대하는 분이든 그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끝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4일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직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검찰 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에게 다시 한 번 검찰 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 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친문 성향의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6년 8월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에 합류해 권력기관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온 인물”이라며 “마침 전날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사법개혁 입법 과제가 마무리되다 보니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조국에게 빚을 졌다’는 얘기를 듣고,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빚을 많이 졌다고 한 줄 알았다”며 “(그런데) 교도소에 가야할 조국을 얘기한 것 같다. 새해에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