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김 위원장은 몇 개의 전략 개념을 강조했는데, 첫 번째는 ‘정면돌파전’이다. 평화에 대한 환상과 제재 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수동적인 방어가 아닌 능동적인 공격’에 따른 ‘전대미문의 엄격한 난국’을 정면돌파한다고 주장했다.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것도 예고했다.
거기에 보이는 것은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지속된 ‘적극 방어’ 사고다. 통상 ‘정면돌파전’은 단기전을 의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단기 결전이 아니라 ‘자력갱생’으로 ‘미국과 장기적인 대립’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세계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김 위원장은 그게 ‘주변 정치 정세의 통제력을 제고하고 적들에게는 심대하고도 혹심한 불안과 공포의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론 지적된 것보다 지적되지 않은 게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에 대미교섭 중단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없었다. ‘고난의 행군’도 ‘선군정치’도 존재하지 않았고,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으로의 복귀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올해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최종 연도인데도 거기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또 ‘인민생활 향상’이란 슬로건이 사라지고, 새로운 ‘10대 전망목표’가 등장했다. 단기전과 장기전 개념이 혼재돼 자신감과 불안이 섞여 있는 것이다.
북한의 ‘당면 투쟁 방향’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북한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 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가겠다’고 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다.
김 위원장은 필시 단계적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면서 경제 제재가 완화되고 평화 체제가 구축되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전략병기 개발을 동결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2, 3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지시키고, 4월 한국 총선 때까지 북-미 실무교섭 재개에 합의하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2017년 당시처럼 신형 로켓 엔진을 사용해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도발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정상회담에 응해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란 정세에 대한 대응으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간단히 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다시 파기해서 끝내버릴지도 모른다. 하노이 회담의 실패가 반복되면 김 위원장의 위신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크게 실추될 것이다. 김 위원장의 ‘투쟁 방침’에 보이는 애매함과 자신감 결여는 이 때문일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