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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 남의 일이 아니다[현장에서/강은지]

입력 | 2020-01-15 03:00:00


지난해 12월 호주 남부 쿠들리크리크에서 발생한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코알라에게 한 소방관이 물을 주고 있다. 동아일보DB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벌써 4개월째다. 1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동물들은 10억 마리 이상 희생됐다는 추정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 얘기다.

고온건조한 호주의 여름은 원래 산불이 잦다. 그러나 이번엔 얘기가 다르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기온이 유례 없이 치솟았다. 4일 낮 최고기온이 시드니는 48.9도, 캔버라는 43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후변화로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바람에 산불이 3월까지 계속될 것이란 비극적 전망도 나온다.

호주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주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달 6∼8일 한국에는 여름 장마철을 연상케 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온도 큰 폭으로 올라 제주는 23.6도까지 올랐다. 역대 1월 기온 중 최고치를 찍은 지역이 속출했다. 지구 온난화를 실감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겨울철 불청객인 초미세먼지(PM2.5)도 기후변화와 밀접하다. 고농도 초미세먼지는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팝콘처럼 불어나면서 발생한다. 바람이 불면 대부분 날아간다. 문제는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한반도에 부는 바람이 갈수록 잦아든다는 것이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중위도 지방과 북극의 기압 차가 줄고, 기류가 느려지면서 결국 바람이 약해지는 것이다. 서울 일평균 풍속이 초속 2m 미만인 날은 2013년 65일에서 2019년엔 208일로 늘었다.

기후변화 대응법은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인 석탄발전 감축이다. 그런데 막상 줄이기가 쉽지 않다. 석탄은 아직까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연료이다. 또 가장 저렴하다. 다른 에너지원을 쓴다면 우리가 쓰는 전기요금은 물론이고 에너지를 이용해 만드는 모든 물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정부가 전반적인 경제적 편익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을 단기간에 없애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활 패턴을 되돌아봐야 한다. 비닐봉지와 일회용기에 담긴 배달음식을 수시로 주문하고, 커피숍이나 사무실에서 으레 일회용 컵을 쓰고, 온갖 포장재로 싸인 택배를 집 안에서 보내고 받는 사회다. 저렴한 석탄발전이 일군 편리하고 깔끔한 삶이다. 그 대가로 나오는 폐기물은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쌓여간다.

에너지 소비 습관도 엉망이다. 상점들은 문을 활짝 연 채 냉난방 기기를 가동한다. 사람이 없는 방에도, 쓰지 않는 전자기기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검게 그을린 코알라와 캥거루의 고통이 언제 인간을 향할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우리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고, 위기를 헤쳐 갈 새로운 생활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