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호주 남부 쿠들리크리크에서 발생한 산불로 보금자리를 잃은 코알라에게 한 소방관이 물을 주고 있다. 동아일보DB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고온건조한 호주의 여름은 원래 산불이 잦다. 그러나 이번엔 얘기가 다르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기온이 유례 없이 치솟았다. 4일 낮 최고기온이 시드니는 48.9도, 캔버라는 43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기후변화로 고온 현상이 지속되는 바람에 산불이 3월까지 계속될 것이란 비극적 전망도 나온다.
호주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주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달 6∼8일 한국에는 여름 장마철을 연상케 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기온도 큰 폭으로 올라 제주는 23.6도까지 올랐다. 역대 1월 기온 중 최고치를 찍은 지역이 속출했다. 지구 온난화를 실감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기후변화 대응법은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인 석탄발전 감축이다. 그런데 막상 줄이기가 쉽지 않다. 석탄은 아직까지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연료이다. 또 가장 저렴하다. 다른 에너지원을 쓴다면 우리가 쓰는 전기요금은 물론이고 에너지를 이용해 만드는 모든 물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정부가 전반적인 경제적 편익을 고려할 때 석탄발전을 단기간에 없애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활 패턴을 되돌아봐야 한다. 비닐봉지와 일회용기에 담긴 배달음식을 수시로 주문하고, 커피숍이나 사무실에서 으레 일회용 컵을 쓰고, 온갖 포장재로 싸인 택배를 집 안에서 보내고 받는 사회다. 저렴한 석탄발전이 일군 편리하고 깔끔한 삶이다. 그 대가로 나오는 폐기물은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고 쌓여간다.
에너지 소비 습관도 엉망이다. 상점들은 문을 활짝 연 채 냉난방 기기를 가동한다. 사람이 없는 방에도, 쓰지 않는 전자기기에도 환하게 불이 켜져 있다. 한국의 1인당 전기 사용량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보다 기후위기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검게 그을린 코알라와 캥거루의 고통이 언제 인간을 향할지 모른다. 방법은 있다. 우리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고, 위기를 헤쳐 갈 새로운 생활패턴을 만들어야 한다.
강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