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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공항 키울 생태계부터 만들어야[기고/이철웅]

입력 | 2020-01-15 03:00:00


이철웅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19세기 영국은 전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과 국내총생산(GDP)의 43.6%, 선박 3분의 1 이상(톤수 기준)을 보유한 해양제국이었다. 중국과의 아편전쟁에서도 수적으로 절대 부족인 상황에서 당시 첨단 기술인 철제 증기선의 활약으로 승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제조업 경쟁력이 쇠퇴해 더 이상 해양물류의 중심은 아니다. 하지만 런던은 여전히 해양 허브로 국제해사기구(IMO) 등 해사 분야 비정부기구(NGO) 본부만 100개가 넘게 있다. 해운금융과 선박보험 등 관련 산업생태계의 중심지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영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19세기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했듯이 최근 항공교통 허브를 선점하려는 국가 경쟁이 치열하다. 아시아에선 일찌감치 싱가포르와 홍콩이 항공 허브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최근 일본과 중국 역시 항공산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경쟁에서 인천공항은 여객 수 세계 5위, 공항서비스 평가 12년 연속 1위 등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항공사도 괄목할 만하게 성장했으나 항공기, 수하물 시스템, 정비시설 등은 인증 등을 선점한 미국과 유럽에 막혀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처럼 미래 항공교통을 주도하려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공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서도 보듯이 경쟁 우위를 위한 노력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성패는 산업 생태계에 따라 좌우된다. 인천국제공항은 테크마켓과 공항경제권 등을 통해 항공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인천공항만의 시도에 그치지 않아야 하며 항공산업을 넘어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영국은 비교우위를 가진 지식서비스와 금융을 해양산업에 접목해 21세기에도 해양산업 강국으로 남아 있다. 우리도 정보통신과 미래 세계 경제의 판도를 뒤바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항공산업에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항과 항공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는 튼튼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인증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관련 기술 혁신을 주도할 연구기관과 인재양성기관, 강소기업의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공항은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쿠웨이트 등 해외 공항을 위탁 경영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또 인공지능 기반의 항공보안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항공에 접목한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항공산업 생태계의 성공적인 구축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미래 항공산업을 주도하며 활약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런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이철웅 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