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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날아오른 유영 “트리플 악셀 넘어 쿼드러플로”

입력 | 2020-01-15 03:00:00

한국피겨 첫 청소년겨울올림픽 金… 쇼트 이어 프리서도 압도적 1위
11명만 성공한 고난도 점프 완벽
“친언니라 여기는 연아 언니 덕분… 베이징올림픽선 4회전 점프 목표”




유영이 14일 스위스 로잔 스케이팅 아레나에서열린 2020 청소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고난도 점프에 능한 유영은 이날 공중에서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등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세계 무대에서 이 기술을 성공한 여자 선수는 유영을 포함해 11명뿐이다. 로잔=AP 뉴시스

제2의 김연아가 아니라 제1의 유영(16·과천중)이었다.

파란 드레스를 입고 모습을 드러낸 유영은 영화 ‘에비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14일 스위스 로잔 스케이팅 아레나 링크에서 열린 2020 청소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유영이 첫 점프를 시작한 건 연기 시작 30초가 흘렀을 때였다. 왼발로 점프한 유영은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돈 뒤 오른발로 얼음 위에 착지했다. 트리플 악셀이었다.

트리플 악셀은 ‘피겨 여왕’ 김연아(30)도 정복하지 못했던 고난도 점프 기술. 아직까지 세계무대에서 이 기술을 성공한 여자 선수는 11명밖에 없다. 그 11번째가 바로 유영이다. 유영은 지난해 10월 2019 스케이트 캐나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했다.

유영은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루프를 연이어 깨끗하게 성공하면서 연기를 이어나갔다. 이날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유영은 3분40초 동안 총 여덟 차례 점프를 뛰면서 기술점수(TES) 73.11점, 예술점수(PCS) 67.38점으로 총점 140.49점을 받았다.

그전까지 1위였던 크세니아 시니치나(16·러시아)가 받은 128.26점보다 12.23점 많은 점수였다. 이틀 전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73.51점으로 1위에 올랐던 유영은 총점 214.00점으로 시니치나(200.03점)를 13.97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피겨 선수가 청소년 겨울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건 유영이 처음이다. 청소년 올림픽은 각국 14∼18세 선수가 참가해 메달을 다툰다. 2010년부터 2년을 주기로 여름 대회와 겨울 대회가 번갈아 열리며 이번 로잔 대회가 겨울 대회로는 세 번째다.

유영은 경기 후 김연아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여전히 얼굴을 맞대면 제대로 말도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김)연아 언니를 정말 친언니처럼 생각한다”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건 모두 연아 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그리스에서 채화해온 성화를 국내 봉송 1번 주자 유영의 성화봉에 점화해 주기도 했다.

이어 “경기 전에 긴장했지만 훈련이라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다. 국내 대회가 끝난 뒤에도 쉼 없이 운동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면서 “2년 뒤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고난도 점프에 점수를 더 주는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바꿨다. 이에 따라 여자 피겨스케이팅도 고난도 점프가 필수인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유영의 강점이 빠른 스피드여서 충분히 고난도 점프에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연습 때는 4회전 점프를 여러 차례 완수했다.

유영은 17일 귀국한 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ISU 4대륙선수권대회와 3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대비에 나선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