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사안을 가져오라 했다면 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1·8 검찰 고위직 인사안을 받지 못해 협의에 응하지 않은 윤 총장을 겨냥해 ‘항명(抗命)’했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주장을 거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검찰 개혁’에 순응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윤 총장이 추 장관에게 인사 협의 차원에서 인사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 것은 ‘장관은 총장의 의견을 듣는다’는 검찰청법에 의거한 관례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요구를 ‘초법적’ ‘인사 프로세스 역행’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겪었던 고초에 마음의 빚을 졌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그제 전국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형사·공판부로 바꾸는 직제 개편안을 기습 발표했다. 폐지 및 축소되는 부서는 대부분 현 정권 실세를 겨냥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특수부 축소를 내걸었지만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오히려 특수부를 강화했다. 이전 정권을 겨냥한 ‘적폐 청산’을 위해 특수부를 키웠다가 수사 방향이 바뀌니 발목을 잡겠다는 자기모순이다.
하지만 검찰은 문 대통령의 어제 발언이나 직제개편, 인사를 통한 압박에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 직제개편과 수사팀 교체가 수사에 불편을 초래할 수는 있겠지만 검찰이 오로지 법리에 따라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넘지 못할 장벽은 없다. 만약 정권의 유·무형 압박에 밀려 살아 있는 권력 비리에 대한 수사가 멈춘다면 검찰의 굴욕사로 기록될 것이다. 검사는 결국 수사로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