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던 할머니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청년이다. “아름다워요. 정말로.” 아이를 보고 그런가 보다. 나 같은 늙은이한테 그럴 리는 없지. 청년이 그 마음을 읽고 말한다. “아뇨. 저기, 당신이 아름답다고요.”
윤이형 작가의 눈부신 단편 ‘대니’에 나오는 장면으로 여기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맞벌이 딸 부부를 위해 손자를 키워주는 할머니다. 돌고래처럼 악을 쓰는 18개월짜리 손자의 노예다. 그리고 청년은 놀이터 부근에 있는 다른 집 아이를 돌보는 인공지능 로봇 대니다.
로봇과 달리 할머니에게는 이름이 없다. 자식을 키우다가 늙고, 늙어서는 손자를 키우는 고단한 우리 할머니들처럼 이름이 없다. 대니는 그런 삶을 ‘견디는’ 할머니가 아름다워 보인다. 사실, ‘아름다워’라는 말은 여주인이 장난삼아 대니를 조종해 나온 말이다. 그러나 다른 말들은 그 스스로 한 말이다. 그는 할머니를 위해 짐도 들어주고, 좋아하는 양갱도 사다주고, 생일도 축하해주고, 얘기도 들어준다. 할머니는 고맙고 뭉클하면서도 동시에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지금껏 그런 환대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다. 대니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한 것은 그래서다. 물론 반어적인 표현이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