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등장한 ‘열린우리당’(약칭 우리당)의 명칭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상 어휘를 당명으로 독점하려는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각 당이 입장을 밝힐 때 “우리 당은…”이라고 논평을 내는 방식에도 혼선이 빚어진다는 것. ‘남의 당’을 ‘우리 당’으로 불러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특정인을 연상시킬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 ‘친박연대’도 정당 명칭 사용을 두고 논란을 빚었다. 2008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명칭 사용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결정했다. 정당법에 유사명칭 사용 금지 외에는 제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선관위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당’이라는 정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비례자유한국당’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는 “유권자들이 오인, 혼동할 우려가 많아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 결정이라며 선관위가 중립성과 일관성을 잃었다고 비판한다.
▷비례정당 명칭 논란은 범여권 ‘4+1 협의체’가 만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연말에 통과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소선거구 지역구에서 버려지는 사표(死票)를 줄이겠다는 명분에서 출발했던 비례대표제가 벌써부터 민의(民意) 왜곡 논란에 휩싸인 모습이 씁쓸할 뿐이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