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아카데미 6개 부문서 수상 도전 국제영화상 부문 유력 수상후보 ‘백인영화제’ 벗어나려는 흐름속 작품-감독상 깜짝 수상 가능성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6개 부문의 최종 후보로 오른 데 대해 봉준호 감독(51)이 13일(현지 시간) 미국 한 연예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인셉션’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밝힌 소감이다.
이날 발표된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각본 편집 미술 국제영화상에 이름을 올린 기생충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이 꿈처럼 느껴지는 건 봉 감독만이 아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은 기생충이 써내려 갈 ‘꿈같은 역사’에 주목하고 있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비(非)영어 영화 중 최초로, 아카데미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1929년 첫 아카데미 시상식 이래 작품상 수상작은 모두 영어 영화였다. ‘거대한 환상’ ‘제트’ ‘우트반드라나’ ‘외침과 속삭임’ ‘일 포스티노’ ‘인생은 아름다워’ ‘와호장룡’ ‘바벨’ ‘아무르’ ‘로마’ 등 모두 10편의 비영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작으로 호명되지는 못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들은 여전히 백인이 다수여서 미국 배경의 역사 이야기인 ‘1917’이나 ‘원스 어폰…’이 유력 후보”라며 “하지만 최근 백인 위주의 영화제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어 기생충도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영화상(전 외국어영화상)은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기생충은 이미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받았기 때문에 아카데미 회원들도 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국제영화상 후보 중 ‘페인&글로리’가 남우주연상 후보, ‘허니랜드’가 다큐멘터리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라며 “6개 부문에 오른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을 못 받으면 오히려 이상한 결과”라고 전망했다.
미술상과 편집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과 동익(이선균)이 사는 공간을 통해 빈부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상상공작소’ 한아름 미술감독은 “계층 차이를 수직적인 방법으로 확연히 드러냈다. 홍수로 기택의 집이 물에 잠겨 배우들이 반지하방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갑자기 튀어나온 영화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영국아카데미상(BAFTA)에서 수상했고,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쇼트 리스트에 올랐다. 이런 게 쌓여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5월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수상한 뒤 “칸의 영광은 이제과거가 됐다”며 극장에서영화를 만날 관객의 반응에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아일보DB
봉 감독은 13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쓸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결정된다.
김재희 jetti@donga.com·이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