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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훔친 휴스턴’… 단장-감독 해고

입력 | 2020-01-15 03:00:00

포수 사인 훔친 2017 WS 우승팀, 벌금 57억-신인지명 2년간 제한
당시 코치였던 알렉스 코라 감독, 2018년 보스턴서도 주도적 역할
ML 사무국 “조사 마친 뒤 징계”




메이저리그 2017년 월드시리즈(WS) 우승팀 휴스턴이 ‘사인 훔치기’ 혐의로 사무국의 징계 철퇴를 맞았다.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2018년 우승팀 보스턴에 대한 조사 결과도 곧 발표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4일 2017년 자행된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 조사 결과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발표했다. 제프 루노 휴스턴 단장과 A J 힌치 감독은 1년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뒤 구단에서 해고됐다. 이들은 2020년 WS 종료까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관련 시설에 출입할 수 없다.

힌치 감독은 “나는 사인 훔치기에 찬성하거나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것은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루노 단장 역시 “단장으로서 책임을 받아들인다. 미리 알았다면 막았을 것이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휴스턴 구단은 500만 달러(약 57억 원)의 벌금과 함께 앞으로 2년간 신인 드래프트 1, 2라운드 지명권이 박탈됐다. LA 타임스는 “휴스턴은 역사를 훔쳤다. 왜 휴스턴이 2017년 우승 트로피를 반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당시 휴스턴은 WS에서 LA 다저스를 4승 3패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휴스턴의 사인 훔치기는 전 휴스턴 소속 선수들의 고발로 알려졌다. 휴스턴 선수들과 코치들은 2017년 안방경기 때마다 외야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상대 포수의 사인을 훔친 뒤 이를 2루 주자와 타자에게 전달했다. 그들은 더그아웃에 설치된 모니터로 사인을 분석하고, 방망이 등으로 쓰레기통을 두드리거나 휘파람을 불어 투수의 구종을 타자에게 알렸다.

사무국 조사에 따르면 쓰레기통을 두드려 ‘비밀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은 당시 휴스턴의 코치였던 알렉스 코라 현 보스턴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코라 감독은 2018년 보스턴에 부임한 뒤에도 안방구장인 펜웨이파크의 비디오판독 영상분석실을 활용해 상대 팀의 사인을 훔친 혐의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2018년은 보스턴이 WS에서 LA 다저스를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보스턴은 카메라로 포수의 사인을 분석해 이 내용을 2루 주자에게 전달했다. 주자들은 빠른 공은 오른발로 첫발을 떼고 변화구는 왼발을 떼는 방식으로 타자에게 구종을 알렸다. 사무국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코라 감독에 대한 징계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프로야구(KBO)에서는 2018년 LG가 KIA와의 경기에서 상대 사인을 훔친 내용이 담긴 ‘커닝 페이퍼’를 더그아웃에서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부착해 상벌위원회에 회부됐다. 당시 KBO는 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2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KBO리그에서 사인 훔치기가 공식 징계를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