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 반대하다 작년 8월 좌천… “봉건적인 命에는 거역하라” 檢내부망에 비판 글 올리고 사직… 14일 450개 넘는 댓글 달려
법무연수원 교수인 김웅 차장검사(50·사법연수원 29기·사진)는 “국민에게는 검찰 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검사는 1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이 제도 아래에서 국민이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며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고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고 했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인 김 차장검사는 정부와 여당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하다가 지난해 8월 인사 때 법무연수원 연구직으로 좌천됐다.
김 차장검사는 검찰 구성원들을 향해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며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라고 썼다. 또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 그 대신 평생 더러운 이름이 남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 결국 우리는 이름으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열린 취임식 때 검찰 안팎의 동시 개혁을 언급하면서 썼던 표현이다.
김 차장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2주간 후배들이 너무 슬퍼하고 상실감을 느끼더라. 그런 걸 내가 보고 있자니 나도 슬프더라. 사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10시 31분에 이프로스에 올라온 김 차장검사의 글에는 457개의 댓글이 달렸다.
배석준 eulius@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