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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첫 ‘초-중학교 통합’ 무산 위기

입력 | 2020-01-15 03:00:00

창천초-창천중 9월 추진 앞두고 학부모들 “학폭 우려” 등 강력 반발
1차 설명회 후 모든 일정 올스톱 …교육청 ‘학부모 50% 동의’에 발목
통합운영학교 확대 계획도 빨간불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추진되는 기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통합운영 방안이 준비 단계부터 좌초 위기를 맞았다. 저출산 대책으로 통합운영학교를 계속 늘리겠다는 교육청의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저출산 여파는 생각보다 빨리 밀어닥치는데 교육청의 준비와 학부모의 인식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마포구의 창천초와 창천중을 통합 운영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재학생 학부모와 졸업생, 인근 신규 입주 아파트 주민들의 항의가 심해 지난해 9월 한 차례 설명회를 개최한 뒤 추가 설명회, 설문조사, 행정예고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운영학교는 ‘한 지붕 두 학교’로, 급이 다른 학교가 시설·설비와 교원을 공동으로 활용한다. 교장이 한 명이고 행정실도 하나여서 인건비를 연간 최소 10억 원 줄일 수 있다. 저출산 타격을 먼저 받은 지방에는 100곳이 있다.

서울에서 기존 초·중학교를 통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학년당 한 학급인 창천초는 지난해 신입생이 13명, 전교생은 129명에 불과하다. 적정 규모 학교 기준(초교 300명 이상 1080명 이하)에 훨씬 못 미친다. 이에 교육청은 창천초를 다른 초교와 통폐합하는 대신 한 울타리에 있는 창천중과 통합운영하기로 했다.

계획이 차질을 빚은 것은 교육청의 미숙한 업무 추진 탓이 크다. 교육청은 지난해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학부모 50%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강제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합운영학교 추진 방식은 교육청 재량임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인 검토 없이 동급 학교 통폐합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한 것이다.

반대 여론이 예상보다 커지자 교육청은 뒤늦게 동의율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통폐합은 학교 위치가 달라지는 등 복잡한 데 반해 통합운영은 기존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행정시설 위주로 통합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공지한 동의율을 사후에 낮추면 반발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다.

학부모들은 항의 방문과 민원을 이어가고 있다. 급이 다른 학생을 한데 섞어 놓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분위기. 특히 창천초 학부모들은 “거친 중학생의 학교 폭력에 노출될까봐 걱정된다”, “권장 영양기준이 다른데 어린애가 중학생과 같은 급식을 먹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2월에 신규 입주하면 창천초에 배정될 아파트 입주민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신규 입주가 완료돼도 창천초는 전교생이 197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통합운영학교를 2023년 4곳, 2030년 10곳으로 늘리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은 첫 시도부터 삐걱거리면서 흔들거리고 있다. 다음 대상 학교 선정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최예나 yena@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