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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에 도움 안되는 파업 고집하니 갑갑”… 75%가 파업 불참

입력 | 2020-01-15 03:00:00

르노삼성 부산공장 가보니




14일 오후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정동에서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들이 신차 조립을 하고 있다. 오른쪽 위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는 이날까지 1월에 생산하지 못한 신차가 1841대에 달한다는 숫자가 표시돼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1841.’

14일 찾은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에 세워진 모니터에 뜬 빨간색 숫자다. 1월 생산목표 대비 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은 물량을 의미한다. 이날 공장에서는 QM6와 닛산 로그 등 차량 5종이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생산되고 있었다. 닛산의 위탁으로 만들고 있는 로그는 3월까지 4000여 대를 만들고 나면 이후부터는 생산하지 않는다. 추가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차의 매출과 일감은 그만큼 줄어든다.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회사에 타격을 주는 파업만 고집하니 갑갑할 뿐입니다.”(르노삼성차 부산공장 17년 차 직원)

“당장도 힘들지만 앞으로 걱정이 더 큽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르노가 철수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합니까.”(부산지역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A 대표)

부산공장 안팎에서는 노조 집행부의 파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컸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대다수 노조 조합원을 비롯해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답답함과 위기감을 호소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기본급 8.01%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가 6일부터는 특정 조합원을 지명해 파업시키면서 연결된 전체 생산라인의 가동을 막는 파업 전략을 쓰자 회사는 주야간 2교대에서 잠정적으로 야간 생산을 없앴다. 부분 직장폐쇄를 한 것이다.

이날 파업에는 조합원 1727명 중 454명(26.3%)이 참가했다. 조업에 나선 조합원 이모 씨(47)는 “75%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출근하는 모습이 이번 파업이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1990년대부터 외환위기와 르노의 삼성차 인수 등 우여곡절을 다 겪은 그는 “이번 파업은 노조 생활 20년 넘도록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상한 파업”이라면서 “조합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노조 집행부의 독단적 파업”이라고 비판했다.

르노삼성차가 이번 파업으로 떠안은 손실은 13일까지 1461억 원이다. 르노삼성차의 타격도 타격이지만 부산공장에 의존하는 지역 협력업체들의 손실은 더 컸다. 이들은 당장의 생산량 감소도 걱정했지만 이러다가 아예 공장 문을 닫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협력업체 A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지난해 파업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1년 전보다 35%나 줄었다”며 “잦은 파업으로 외국 자본까지 떠나게 만들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경남 김해시의 협력업체 B 대표는 “다른 완성차 업체 물량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새해 들어 최대 거래처인 르노삼성으로부터 주문을 거의 받지 못해 올해 경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완성차 약 12만2000대를 생산했다. 최대 약 3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도 공장을 절반도 돌리지 못했다. 이해진 르노삼성차 제조본부장(전무)은 “부산, 경남 경제에서 르노삼성차의 위상을 봤을 때 연이은 파업과 생산 차질은 지역 전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노조 집행부는 10일 르노삼성차 서울 강남구 사무소, 13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본급 인상과 부산시의 개입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반면 사측은 부산공장이 르노그룹의 스페인, 일본 등 다른 사업장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기본급 인상 대신 상여금 등 일시금 지급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